[헬로! 이코노미] '유동성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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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한국이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중 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면 아무리 금리를 낮춰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반적으로 경기(景氣)와 금리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우선 금리가 낮아지면 경기가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싼 이자 덕에 자금을 빌리는 부담이 줄어들어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할부로 물건을 구입하려는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금리가 낮아지면 일반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사람들의 '부(富)'도 증대돼 소비심리가 살아난다.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금리가 높아지면 소비나 투자가 줄고 과열됐던 경기가 진정된다.
이처럼 금리는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데 경제학에서는 이런 과정을 통틀어 '전달경로'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전달경로에 문제가 생기면 금리가 변해도 경기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게 된다.
특히 향후 경기상황이 불투명할 경우 정부가 시중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콜금리를 낮춰도 가계와 기업의 소비나 투자가 꿈쩍도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두고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표현을 쓴다.
영국 경제학자인 존 케인스가 지난 30년대 미국에서 일어났던 대공황의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현재 세계 주요국 가운데 일본이 이같은 '유동성 함정'에 빠진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일본은 90년대 들어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면서 경기가 극도로 악화됐다.
일본은행은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공정할인율(콜금리에 해당)을 인하, 99년에는 0%대로 끌어내렸지만 한 번 쪼그라든 소비심리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