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역사가 1백년이 넘는 일본에서 창업 30년이 지난 '장수 기업'들의 도산이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시대를 맞아 지역 연고를 배경으로 버텨온 중견기업들이 국내·외 기업의 진출 등으로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조사업체인 테이코쿠 데이터뱅크는 6일 "전통있는 기업이라는 이름만으로 생존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기업혁신에 뒤지는 노후기업 중 도태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수기업 사라진다=매년 도산하는 회사 중 역사가 30년이 넘은 기업 비율은 80년대에 5%선에 불과했으나,최근 25%선을 넘어섰다. 망하는 회사 네곳 중 한곳이 장수기업인 셈이다. 테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도산기업 중 장수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버블 붕괴 전 5%에서 버블붕괴 후인 90년대에 10%대로 올라선 뒤,2001년 24.3%,2002년 26.8%로 계속 치솟았다. 올 상반기에는 27%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디플레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타격받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33.1%를 차지,가장 많았다. 도산업체의 부도 규모는 평균 50억~1백억엔(5백억~1천억원)으로 중견기업이 주류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어발 사업이 회사를 망쳤다=망한 기업들의 최대 공통점은 지역에서 터줏대감으로 행사하면서 사업을 키워온 기업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호황기인 70,80년대에 주력사업에서 벗어나 다른 업종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해온 기업들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도산한 1만8천9백여 업체 중 80%가 판매부진이나 판매대금 미회수 등으로 부도를 냈다. 홋카이도에 근거를 둔 도요타비스타의 경우 1950년 섬유회사 도에이를 시작으로 70년대에 백화점 호텔 케이블방송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금년 1월 부도를 내고 말았다. 1920년 창업 후 은행건물 건설 등 정밀 시공으로 이름을 날린 전문건설업체 후지키건설(본사 오사카)은 무리하게 아파트 건설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가 결국 파산했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폭락한 탓이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