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고양이에게 맡긴 (주)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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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알아줬던 건설업체인 ㈜한양을 무명 업체인 굿모닝시티에 헐값에 넘기도록 편의를 봐주고 뇌물을 챙긴 권해옥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 등이 지난 5일 구속됐다.
이날 밤 늦은 시각에 소식을 전해들은 주공 임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한양을 정체불명의 상가개발업체인 굿모닝시티에 매각키로 양해각서가 체결되자 주공 직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부 직원들은 사석에서 '검은 거래설'까지 제기했다.
언론도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때마다 권 전 사장을 비롯한 주공 경영진은 "한양 매각은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직원들을 다독거렸다.
언론에 대해서도 비슷한 해명을 늘어놨다.
하지만 불과 1년여만에 ㈜한양의 매각은 부정한 거래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굿모닝시티 관계자가 검찰에 체포되고 일부 언론에서 매각 과정의 의혹을 제기할 때만 해도 주공 직원들은 "매각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제대로 알고나 써라"는 식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자신들의 윗사람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주공 직원들이 전임 사장의 구속 소식에 더욱 허탈해하는 까닭이다.
㈜한양 매각 과정을 취재해 온 기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보다 더하다.
특혜설이 집중 제기됐던 지난해 국정감사 때부터 진위 여부를 집요하게 따졌지만 그때마다 주공측은 "이번이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임자가 나타났을 때 파는 것"이라며 "특혜는 전혀 없었다"고 강변했다.
심지어 실무를 맡고 있던 한 중견간부는 굿모닝시티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직후 기자에게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거래를 성사시켰다"며 능청까지 떨었다.
㈜한양은 부도 이후 우여곡절 끝에 주공에 맡겨진 기업이었다.
한때는 자구노력을 통해 회생의 가능성도 보였다.
제대로 된 최고 경영자만 만났더라면 거뜬히 되살아났을 것이라는 아쉬움 섞인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고양이에게 맡겨져 오명에 덧칠만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송종현 건설부동산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