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키로 결정한 것은 국내 노동계에 또 하나의 '태풍의 핵'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대차 입장에서 보면 아웃소싱 대상인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따로 노조를 만들어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업체(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벌이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현대차로서는 복수의 노조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 더구나 현대차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간 임금구조나 복지 수준이 크게 달라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둘러싸고 두 노조간 노ㆍ노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화물연대 파업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조직화가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재계로서는 이번 현대차 하청업체의 노조 설립이 다른 사업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생산 현장에서는 이들을 편의상 비정규직으로 부르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하청업체와 정식 고용계약을 맺은 정규직 직원들이다. 다만 임금을 현대차 정규직보다 낮은 하청업체 수준으로 받고 있어 임금ㆍ근로복지ㆍ대우 등에서 큰 격차를 느낀다는 지적이다. ◆ 비정규직 왜 노조 설립하나 =현대차 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90여개사 8천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군소 하청업체까지 포함하면 최대 1만2천여명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조직된 현대차 비정규직투쟁위원회(비투위)가 노조 설립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오는 11일부터 5공장 갤로퍼 라인이 폐쇄되는 대신 신차 라인이 설치되면서 5백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계약 해지(정리해고)가 불가피한데 따른 것이다. 또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현대차 노조가 자기 일처럼 해결하진 않을 것이라는 불만도 작용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월 산별전환을 성사시킨 후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을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산별전환이 무산됨에 따라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 가능성은 적어졌다. 비투위는 현대차 노조만 믿고 있을 경우 자칫하면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파급효과 =이미 비정규직은 현대차의 생산라인에 상당한 압박을 줄 만큼 조직화돼 가고 있다.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 해고 등을 둘러싸고 회사측과 잦은 충돌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여파로 공장의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로 확산되고 있다. 비정규직이 독자적으로 노조 설립을 추진할 경우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어 다른 대형 사업장 비정규직들의 노조 조직화를 촉발하는 도미노 효과도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노사가 임단협을 타결했더라도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정규직화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대형 비정규직 분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기업들이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웃소싱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