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공동제작 마술피리,봄)이 국내 공포영화 사상 처음으로 3백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달 13일 개봉한 이 영화는 지난 8일 전국 관객 3백만명을 돌파,'여고괴담'(1998년 2백10만명)과 '폰'(2002년 2백23만명)의 동원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의 역대 공포영화 중 '하녀' '한' '월하의 공동묘지' 등도 흥행에 크게 성공했지만 단관 개봉시절이었던 만큼 동원기록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이로써 '장화,홍련'은 한국 공포영화 시장을 확대하면서 하위 장르로 취급돼 왔던 공포영화를 주류 장르로 편입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작사인 마술피리측은 "'장화,홍련'의 흥행비결은 10대 여성들이 전체 관객의 17%(첫 2주간 기준)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공포영화는 20~30대가 주 관객층이지만 '장화,홍련'에는 여고생과 여중생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 피범벅 장면을 줄인데다 화려한 문양의 세트,다양한 트릭과 강렬한 효과음 등으로 공포감을 증폭시킨 것이 10대 여성관객을 끌어들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반적 영화논리를 무시하고 철저히 관객을 속이는 데 초점을 맞춘 연출도 흥행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내용 면에서 성장에 대한 두려움,가정 붕괴에 따른 계모와의 갈등 등 10대 소녀들이 안고 있는 이야기를 담아낸 것 역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과거 '여고괴담'이 학원 폭력을 다뤘고 '폰'이 원조교제를 소재로 채택해 흥행에 성공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한편 할리우드 드림웍스사는 이같은 흥행성을 인정,2백만달러에 '장화,홍련' 리메이크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2백만달러는 한국 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계약 사상 최고 액수다. 이 영화를 기획한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세계적인 흥행작 '식스 센스'에서 보듯 할리우드에서 공포영화는 하위 장르가 아니다"며 "한국의 공포영화도 '장화,홍련'을 계기로 주류 장르로 인정받으면서 앞으로 수준 높은 공포영화가 많이 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