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한 대형 시중은행이 부동산 매입에서부터 관리 및 매각까지 대행해주는 '부동산 종합관리서비스'를 프라이빗 뱅킹(PB)고객에게 제공키로 결정하자 부동산중개업계가 발칵 뒤집혔던 적이 있다. 막강한 자금과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대형은행이 자신들의 영역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부동산중개업계는 협회를 통해 "당신들과 부동산 담보대출 거래 관계를 끊겠다"며 '실력행사'에 나섰고 해당 은행이 "우리가 직접 부동산중개업에 나서는게 아니다"며 적극 해명에 나서 가까스로 갈등이 봉합됐었다. 이 사례는 종합부동산관리 서비스 쪽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려는 은행 PB팀과 이를 막으려는 중개업계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 사실 국내 1급 PB고객의 경우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0∼80% 수준이다.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는 PB영업을 할 수가 없다. 상당수 시중은행들이 본점 소속 PB들 뿐 아니라 일선 지점에서 VIP고객을 상담하는 행원들에게까지 부동산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건 은행들이 부동산 관련 업무에 발을 들여놓을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중개업 종사자들이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PB들이 법률이나 세테크 관련 컨설팅,자금동원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별종목'분석에 있어서는 일선 중개업자를 따라갈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때문에 고객들이 부동산거래를 할 때 PB를 이용하는 경우는 절세(節稅)요령 컨설팅,수익률 분석 등을 의뢰하는 정도로 극히 제한된다. "어떤 지역에 투자하면 돈이 될 것 같으니 투자해 보라"는 식의 구체적인 정보는 여전히 지역 중개업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 PB고객의 경우 투자하는 상품이 주로 빌딩이나 대형 토지에 한정돼 있어 일선 중개업자들의 고객층과는 차별화되는 측면도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앞으로도 은행의 부동산 관련 서비스는 고객이 중개업소를 통해 '물어온' 물건의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며 "상대방이 가진 강점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특화시키면 상호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