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종합상사 기능 여전히 중요 .. 韓永壽 <한국무역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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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동무역사절단의 일원으로 이란을 방문했을 때 이란 수출진흥청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그는 한국이 오늘날 무역대국이 되기까지 종합상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종합상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우리가 종합상사제도를 도입한지도 벌써 30년,종합상사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재평가와 역할 재정립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때 총수출의 51%에 이르렀던 종합상사의 수출이 금년 상반기에는 29%까지 떨어졌을 뿐 아니라 전반적인 내수판매 부진과 수익률 저하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종합상사의 급격한 쇠퇴는 그룹의 계열분리 등으로 수출대행업무가 급감하는 등 당연한 추이로 볼 수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 종합상사들이 새로운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고 본다.
상사들은 아직도 경험 많고 능력 있는 우수한 인재를 다수 확보하고 있고,해외시장 개척 노하우가 풍부하며,전세계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3백여개의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활성화해 우리 무역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당사자인 상사들도 수출에 의존하던 종전의 사업패턴에서 벗어나 '복합적 프로젝트 오가나이저'또는 '복합무역상사'로서 새로운 역할을 찾는 등 장기적인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논의중인 여러 종합상사 활성화방안 중 필자는 중소수출기업과 종합상사간 효과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상호 공생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무협에서 중소기업과 상담하다 보면 많은 업체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중소기업제품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국내외 마케팅활동에 많은 지장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와 달리 종합상사는 '해외정보 수집과 마케팅능력은 상대적으로 풍부하므로 좋은 제품만 있다면 해외판로는 충분히 개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좋은 제품에 대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접목하고 풍부한 해외정보 및 마케팅 능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화한다면 모두 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종합상사와 중소기업간 제품정보 및 마케팅정보가 수시로 교환되고 논의될 수 있도록 상설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무역협회 중소기업청 주관으로 종합상사와 중소기업을 연결시켜 주는 수출상담회가 연간 1,2회 개최되고 있기는 하나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필자가 최근 경험한 종합상사-중소기업 협력의 좋은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얼마 전 무역업계 중동무역사절단이 개최한 현지 수출상담회에서 D종합상사 현지지사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좋은 상담효과를 거두었다.
D상사 현지지사는 수출상담회가 개최되기 전부터 미리 적극적인 홍보와 개별업체 접촉을 통해 현지의 많은 업체가 참가하도록 유도했고 또한 상담현장에서 현지인의 구미에 맞는 효과적인 상품 소개로 많은 상담업체가 계약체결에까지 이르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 참가업체들에 좋은 이미지를 주었다.
이러한 사례는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초기진출시 종합상사가 아직 경험과 자질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중소기업이 독자 마케팅능력을 배양할 때까지 꾸준히 지원한다면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본다.
종합상사는 자금 및 마케팅 정보면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원료·부품 및 소재와 같은 특정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이 우위를 갖는 경우가 많으므로 제품개발에서도 상호 협조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나아가 완제품의 해외조립공장 진출시 중소 부품·소재기업들과 동반진출하여 협력체제를 유지한다면 협력의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역환경이 어려워질수록 기업간 협력은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종합상사와 중소기업은 이제 경쟁관계보다는 각기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상호 협력관계를 설정해 나가는 것이 모두의 생존 및 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정부 및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중재·협조 및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