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ㆍ중ㆍ일 3국간 경제협력에 관한 공동선언'은 동북아를 지역경제 공동체로 발돋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중국 정부가 주도권을 쥔 채 추진하고 '동북아 경제중심'을 내세워온 노무현 대통령이 이에 적극 가세하면서 공동선언에 담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이징에서 한ㆍ중 정상회담에 수행 중인 노 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우리도 북미무역자유지대(NAFTA)와 유럽연합을 태동시킨 유럽경제공동체(EEC)와 같은 수준의 지역경제 공동체를 한번 바라보게 됐다"며 강한 희망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8일 숙소인 조어대에서 한ㆍ중 양국의 경제인 2백50명을 초청한 오찬 연설에서 "지금 세계 경제환경은 급변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글로벌라이제이션'(지구촌화)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지역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강조했다. 3국 공동성명에 담길 내용이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실무자선의 협의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진행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제 경제보좌관은 "지난해 12월께 중국에서 제의해서 올해 10월의 아세안+3(한ㆍ중ㆍ일) 정상회담에서 다시 재확인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한ㆍ중 정상회담에서도 후진타오 주석은 "한ㆍ중 간에 경제통상협의를 위한 비전팀을 새로 설치하자"고 제의했고 노 대통령이 "좋은 생각이다.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하도록 하자"며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조 보좌관은 전했다. 공동선언 발표를 통한 한ㆍ중ㆍ일 3국의 경제협력체 구상은 앞으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이 수출과 해외자본 유치를 성장의 주요 축으로 삼고 있어 한국 일본과 경제협력 확대를 적극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동북아 경제중심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한국정부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노력에서 보여지듯이 지역경제 협력강화와 이를 통한 지역의 안정에 반대할 명분이 별로 없어 보인다. 노 대통령은 한ㆍ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상품의 교역은 낮은 수준의 교류협력이며 상품교역만으로는 무역의 불균형도 해소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제는 자본과 기술 분야에 있어서 협력관계를 더욱 더 발전시켜 (한ㆍ중) 양국이 경제협력관계를 더욱 더 높고 긴밀하게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이같은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해서 장기적으로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협력체 혹은 경제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한ㆍ중ㆍ일 3국은 올해부터 연구기관간 FTA 공동연구를 시작한 상태다. 이같은 연구가 경제협력 공동선언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구두선이 아니라 실천이다. 일본과 한국이 "조기에 FTA를 발족시키자"고 한 목소리를 냈고 6월 도쿄의 정상회담에서까지 의제로 올렸지만 아직 협상시기도 잡지 못하고 있다. 한ㆍ중 간에도 FTA 발족 필요성을 제기하는 민간의 목소리는 벌써 나왔지만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민간 각 부문의 이해조정을 정부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따라서 요란한 구호나 말로만 포장된 성명이 한장 나온다고 지역경제를 블록화하는 경제공동체를 바로 만들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기대일 뿐이다. 벽돌을 한장한장 쌓아나가는 실질적인 협력과 신뢰 구축이 선결과제로 보인다. 베이징=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