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ㆍ勞 갈등…使 2중교섭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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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근로자문제가 노사문제 핵심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노동계 핵심세력의 하나인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 근로자들이 8일 조합원 총회를 거친 뒤 이후 노조설립 절차를 밟을 계획이어서 이를 계기로 비정규직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 중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대폭 늘리면서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5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이처럼 비정규직의 덩치가 커졌지만 정규직(원청업체 소속 근로자)이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바람에 노사협상 등의 전면에 등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등장 이후 민노총 등 강성 노동계가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를 핵심과제로 들고 나온데다 화물연대가 법적인 협상상대가 아닌 포스코 등 화물주업체들과의 협상을 통해 요구(운임 인상)를 관철시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비정규직들이 본격적으로 노조를 결성해 집단 파워를 행사할 경우 그동안 비정규직 채용을 통해 그나마 노동시장의 유연성(경기 부침에 따른 자유로운 인력조절)을 확보해온 기업들은 치명적인 경영난을 겪을 전망이다.
또 정규직 근로자들은 '비정규직 목소리가 커지면 정규직 파이(임금 복지후생 등)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노·노 분쟁 발생이 필연적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문제로 인해 노사갈등과 노노분쟁이 동시에 벌어질 경우 산업현장의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반란=안기호 현대차 비정규직투쟁위원회(비투위) 임시대표는 8일 노조설립총회를 갖고 "정규직과의 차별적 대우를 철폐하기 위해 노조 설립을 추진키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근로 3권 등 기본 권리를 찾기 위해 현대차 정규직 노조와도 유대관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비투위는 교섭대상을 법적인 교섭상대가 아닌 현대차로 못박아 큰 파장을 예고했다.
이는 최근 화물연대가 법적인 교섭상대가 아닌 포스코 등 화물주업체(화주)들을 압박해 성과(운임인상)를 얻어냈고 정부(건교부)와의 교섭까지 이끌어낸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비투위는 현대차의 비정규직 종사자가 현대모비스를 포함해 1만2천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울산공장에만 정규직의 3분의 1 수준인 8천∼9천여명에 이른다.
◆본사 노조와 하청업체 노조(비정규직)와의 노?노 갈등=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이날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독자 노조설립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노조는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노조가 단협안에 포함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다해왔다"면서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 설립은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문제가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내년 상반기 현대차노조에 통합될 수 있도록 올해 임단협이 마무리된 뒤에 관련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독자노선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갈등을 확산시킨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설립을 추진중인 비투위는 "더이상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투위는 오는 11일 5공장 갤로퍼 라인 폐쇄로 5백여명의 비정규 근로자들이 계약해지(해고)되는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설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들은 지난 6월 현대차 정규직노조가 산별노조 전환(금속노조 가입)을 통한 비정규 처우개선 등을 거부한 데 자극받아 독자노선을 서둘러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 이슈는=비정규직의 최대 이슈는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이다.
고용계약 기간이 짧거나 고용기간이 불안정한 기간제,파견,용역,시간제근로자 등이 느끼는 고용불안이 심각하다.
회사 경영이 어려울 경우 해고 0순위이기 때문이다.
임금문제 역시 비정규직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의 임금은 큰 폭으로 감소,2001년 8월 현재 월평균 임금이 89만원으로 정규직 1백69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민주노총이나 한국비정규센터 등은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고용안정 문제를 최대 이슈로 들고 나오고 있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 노조가 이기주의로 흘러 자신들의 임금 인상에만 치중해왔고 결과적으로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저임금을 고착시키게 했다는 시각도 갖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하인식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