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진 사장을 비롯한 현대종합상사 임원진 10명이 8일 점심때 서울 청담동의 한 일본식 회전초밥집을 찾았다. 외식업 진출을 위한 일종의 현지답사 차원이다. 1시간30분간에 걸친 면밀한 검토 끝에 내린 결론은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는 것.경영기획담당 한 상무는 "가격은 한 접시에 5천원으로 좀 비싼 편이지만 전체 좌석의 80% 정도가 차는 등 사업성이 있어 보이더라"고 높은 점수를 매겼다. 그는 "일본에서는 초밥이 다이어트용으로 최고 인기식품"이라며 "우리 소비자들의 기호도 전문음식점으로 바뀌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연내에 강남 1호점 개점이 목표인 현대상사측은 독립점포 1,2개로는 승부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사업성이 인정될 경우 아예 전국적으로 체인점을 낼 생각이다. 이 회사는 또 강남역 주변에 24억원을 투자해 5백여평 규모의 하우스맥주 직영매장도 오픈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대상사 직원들은 이같은 장밋빛 구상을 당분간은 접어둬야 한다. 채권단과 이사회가 결의한 자본감축안(8.9주를 1주로 병합)에 대해 소액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특명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상사에선 소액주주가 8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23일 임시주총에서 감자안 통과요건인 3분의1 이상(2천3백70만주) 주주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선 이들 소액주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전 임직원은 개인별로 할당된 소액주주들 집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설득작업에 나서야 한다. 2만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5백여명에 대해선 고참급 임직원이 직접 찾아가 읍소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한 임원은 "사장님도 소액주주 설득전에 직접 나서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행여 불미스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회사 살리는 일인 만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연한 자세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상사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의 인기직장 1위를 차지했던,수출역군의 영광은 이제 '옛말'이 돼버렸다. 그래도 박 사장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면 어디든 진출하겠다"며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김병일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