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성장에 국적 없다 .. 金仲秀 KD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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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여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정책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바로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성장을 위해서는 물적·인적 생산요소의 투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서는 국가간 자원의 이동성이 용이해 과거에 비해 자원의 양적 제약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비중은 축소됐다.
더욱이 대부분의 국제경제기구들이 회원국들의 경제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자원의 이동은 더욱 원활해질 것이다.
동일한 가용자원을 활용하더라도 인적자원의 질적 수준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차이가 나게 된다.
경제선진화가 진전될수록 양적인 하드웨어적 요소보다 질적인 소프트웨어적 요소가 더 중요한 성장요인이 된다.
계량화하기 힘든 투철한 직업의식이 생산성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게 좋은 사례다.
물론 직업의식도 경제적 인센티브 시스템에 영향을 받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사회의 오랜 전통·문화·교육과 같은 경제외적 요인도 국민의 직업의식을 결정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동북아 경제중심'을 국정과제로 선택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산업인프라 시설을 확장하고 외국인투자 유치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의식구조가 동북아 경제중심이라는 개념에 상응하도록 개혁돼야 한다.
기업 환경이 주변 국가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추어야만 경제중심이 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가장 효율적인 생산주체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국민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한국이 동북아 금융중심지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윔블던화(Wimbledonization)'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라이트 전 주한 영국대사의 제안은 주목받을 만하다.
윔블던은 영국이 주최하는 권위 있는 테니스대회이다.
영국 사람들이 세계 최고 테니스선수들의 기량을 즐기는 대회이지만 영국 선수가 주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우리가 동북아의 금융 허브가 되려면 국적을 불문하고 가장 유능한 금융인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우리가 주역이 되는 금융 허브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월드컵경기에서 오로지 우리 선수들의 활약만 보고 싶어 했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북아 허브의 개념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자본과 기술이 활동할 때 성립된다.
우리의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경쟁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질 때에 가능한 것이다.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는 동북아 경제중심뿐 아니라 지속성장을 위한 핵심과제이다.
경직된 노사관계가 걸림돌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특정한 제도보다는 외국인을 대우할 용의가 있는가 하는 의식이 문제인 것이다.
수요자 위주의 정책을 취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로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려면 외국인이 원하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개도국 경우와는 달리,선진경제에서는 창업투자에 비해 인수합병을 통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비율이 늘어난다.
우리 기업은 한국인이 소유해야 한다는 의식과 헐값 매각을 앞세워 외국인투자를 반대하는 관행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외국인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세계 대도시 중에서 차이나타운이 없는 도시는 서울이 아마도 거의 유일할 것이다.
그것도 과거에는 존재했으나 지금은 사라져버렸다는 현실이 외국인이 살기 얼마나 어려운 도시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은 어렸을 적의 가정생활과 학교교육에서 형성된다.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국익에 부합된다는 것을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다시 말해 국제화에 관한 국민의식개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교육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역설적 표현 같지만, 학생교육이 성인훈련보다 국민의 국제화 의식개혁을 위한 지름길일 수도 있다.
chs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