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23:41
수정2006.04.03 23:46
'한국 개신교의 수도원적 영성 회복이 시급하다.'
진보적인 신학자이며 크리스챤 아카데미 선임연구원인 김진 목사(40)는 이렇게 주장한다.
원래 가톨릭의 전용어이던 '영성'이라는 용어를 언제부터인가 개신교에서도 쓰고 있지만 영성의 본래 의미를 상실한 채 교회 부흥이나 성장 논리를 위한 구호로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가 최근 '김진의 영성 이야기'(엔크리스토)라는 단행본 시리즈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리스도교 영성''침묵의 영성''팔복의 영성' 등 세 권을 한꺼번에 내놓은 그는 "영성에 대한 통전적(通典的) 이해를 돕고 개신교 영성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성생활은 결코 일상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을 구성하는 그 무엇 하나 영성과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어요.
숨을 내쉬고 들이쉬며 말하고 밥먹고 자고 일하는 그 모든 것이 영성의 행위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것은 영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는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이 영성인데 종교 지도자들이 영성을 특별한 사람들만 가진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 결과 영성이 종교의 영역을 넘어 인문·사회과학의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음에도 기성 종교들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영성에 대한 갈증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개신교는 영성의 문명적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비본질적인 것으로 치장하기에 급급해요.
주기도문을 외우고 식사 기도를 하면서도 그 안의 영성적 의미는 놓치고 있다는 얘깁니다."
김 목사는 '영성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 주기도문 예배 찬양 등 교회의 일상적인 생활과 몸 성(性) 쉼 등 평소 그 가치와 역할을 무시하거나 폄하해온 것들의 영성적인 측면을 살필 계획이라고 했다.
성만찬,몸,밥 기도,주기도문,섹슈얼리티,예배와 찬양,쉼 등이 앞으로 나올 책들의 주제들이다.
"대개의 종교는 몸을 경시해왔고 그 결과 인간과 인간이 결합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인 성(性)도 폄하해왔습니다.
그러나 섹슈얼리티의 영성이 없다면 인간다움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성직자들의 성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성의 영성적 측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예요."
김 목사는 영성적으로 깨어 있는 삶을 살려면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자기 안의 영성을 찾고 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성 붐'에 편승해 몰려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김 목사는 개신교의 수도원 전통을 세우기 위해 씨알 수도회를 만들어 15명의 목사,신학생과 함께 활동 중이다.
그는 "우리의 일상적 삶을 영성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하루 중 단 1분이라도 명상과 기도의 시간을 갖고 이를 일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