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창립 50주년인 오는 11월4일을 앞두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올 창립기념일은 지나간 50년을 되돌아 보고 새 50년을 개척하는 'Century CJ'의 시발점이다. 다음달 1일이 CJ의 전신인 제일제당 법인이 설립된 날이지만 CJ는 첫 제조시설인 부산1공장이 준공된 11월4일을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CJ는 'CJ Great Turning(CJ 위대한 전환)'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26일부터 1백일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지난 53년 전쟁의 잿더미에서 시작한 제일제당을 오늘날 재계 순위 19위로 키운 기업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다. CJ의 50주년 맞이와 1백주년 만들기는 이미 시작됐다. 제일제당에서 CJ로 이름을 바꾼 것도 'Century CJ'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룹의 주력사업은 식품·식품서비스,생명공학,신유통,엔터테인먼트·미디어 등 4대 핵심으로 정리했다. 각 부문에서 일등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온리 원(Only One)'전략도 세웠다. CJ는 '생활문화기업'의 이미지에 맞춰 가족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말단 여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이재현 님'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의 말단 여직원 호칭 역시 '○○○ 님'이다. 임직원들간의 호칭도 마찬가지다. 사내 전화번호부에는 과장 부장 이사 등의 직급 없이 이름만 적혀 있다. 하급자를 무조건 하대하는 풍토를 깨야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연공서열 중심의 우리 기업 풍토에서는 파격적이다. 휴머니즘에 입각한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들어야만 생활문화기업의 틀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기업문화가 곧 경쟁력이다" "가장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최고의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에서도 그의 경영관을 읽을 수 있다. 1999년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 전 임직원 복장 자율화를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까닭에 CJ는 '벤처기업보다 더 벤처다운 대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두 가지 사건을 통해 촉망받는 차세대 재계 리더의 이미지를 굳혔다. 지난해 4월엔 1천억원대의 CJ엔터테인먼트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포기했다. 당시 증시는 상한가로 되돌려 줬다. 지난달에는 삼성에버랜드 CB(전환사채)에 대해 변칙증여 논란이 일자 회사에 주식을 반환,구설수를 하루만에 잠재웠다. 이에 대해 언론과 증시에서는 '용단''당당한 포기'라고 평했다. 참여연대조차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신속한 결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CJ 노재명 상무는 "이재현 님의 경영 스타일은 자율과 즐거운 일터 만들기로 압축할 수 있다"며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제시하는 CJ의 21세기 비전은 '건강 즐거움 편리를 창조하는 제일 좋은 회사'이다. 식품을 비롯한 4대 사업군에서 모두 일등전략을 추진해 세계적인 종합생활문화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품 기획에서 생산 판매 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CJ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이 회장은 강조한다. CJ가 새로운 50년간 넘버원 생활문화기업의 비전을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 주목된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