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사표를 내고 물러난 홍석주 조흥은행장은 작년 3월 취임 당시 49세로 국내 '최연소 은행장'이었다. 친구인 하영구 한미은행장과 함께 '40대 은행장' 시대를 열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경영권 매각으로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은행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홍 행장은 젊은 행장으로 국내 최고(最古) 조흥은행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으나 날갯짓을 해보지도 못하고 접어야 했다. 취임 6개월 만인 작년 10월 정부가 조흥은행 매각 방침을 밝힌 후 지난 열 달간은 '행장 노릇' 한 번 제대로 못했다. 특히 대주주인 정부와 노조 사이에 끼여 마음 고생도 많았다. 그는 "운명인 걸 어쩌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아쉬움도 많다. 조흥은행 사내 MBA(경영학 석사) 유학 1호로 부장이 된지 1년 만에 상무, 다시 1년 만에 은행장으로 발탁된 '초고속 승진'이 오히려 화(禍)가 됐다고 얘기하는 직원들도 있다. 차라리 승진이 좀 늦었다면 신한지주로 인수된 뒤에도 조흥은행에서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안타까움이다. 홍 행장은 "잠시 쉬겠지만 내 인생의 하프타임(half time)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 젊은 만큼 새출발을 위한 휴식기로 삼겠다는 얘기다. 뱅커로서 전반전에 이루지 못한 꿈을 그가 후반전에 어떻게 펼칠지 주목된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