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기업 "협상하다 날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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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엔 중앙에서 산별교섭,수요일엔 개별 지회교섭,목요일엔 지역별로 지부교섭에 매달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인 위니아만도 황한규 사장은 9일 "비슷한 안건을 놓고 세 곳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단체협약·임금협약 교섭 테이블에 도저히 나갈 수 없어 임원들을 나눠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이 노조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이날도 김치냉장고와 자동차부품 등을 만드는 위니아만도 노조원들은 오전만 일하고 오후에는 4시간 부분파업을 했다.
금속노조 소속 한 업체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2중,3중으로 진행되는 단체교섭에 질려 금속노조 소속 전국 14개 지부교섭에 나갈 사용자대표를 서로 맡지 않으려고 해 속칭 '사다리 타기 게임'으로 대표를 뽑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사상 첫 산별교섭으로 관심을 끌었던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들은 "뒤죽박죽이 된 중복교섭과 노조의 파업 협박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급기야 금속노조는 지난 7일 11차 교섭에서 74개 사업장이 산별교섭 대표에게 맡겼던 교섭권 위임을 철회하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들 STX조선 통일중공업 대동공업 대원산업 등 74개 사업장 노조는 9,10일 이틀간 시한부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산별교섭을 벌여온 98개 금속노조 사업장 중 교섭권 위임을 철회하지 않은 위니아만도 등 나머지 24개 사업장에서도 부분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금속노사의 중앙교섭이 완전 결렬 위기에 놓이고 줄줄이 파업이 벌어지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9일 "노조 파업은 사용자들을 다시 협상장으로 끌어내 노조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협박카드'"라며 "산별교섭이 '힘의 논리'나 사용자측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합리적인 원칙에서 재개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5월6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매주 한 차례씩 교섭을 벌여온 금속노조 산별교섭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소속 업체의 특수성과 경영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은 금속노조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고 재계는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소속 회사들이 중견·중소 규모 업체가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통일안으로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 40시간제 즉각 실시 △비정규직 차별 철폐 △근골격계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소속 대다수 사업장들은 "경영 여건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절충안을 냈으나 거부당했다.
이런 와중에 산별교섭을 진행 중인 발레오만도가 개별교섭에서 주 40시간 근무제안을 수용하자 다른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들이 "함께 산별교섭을 할 수 없다"며 교섭권 위임을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사업장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바람에 다른 노조에서도 가장 좋은 사업장의 근로조건에 모든 것을 맞춰달라고 한다"며 사측에서 느끼는 압박감을 설명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