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자유변동환율제 맞나요? ‥ 韓銀개입에 딜러들 '헷갈리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내 외환제도가 자유변동환율제 맞습니까?"
최근 외환당국이 원ㆍ달러 환율 1천1백80원선을 지키기 위해 장 막판 달러를 사들이는 '종가 관리성' 시장개입이 잦아지면서 이같은 외환딜러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외환당국의 과도한 개입으로 환율이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채 왜곡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국내 경제안정을 위해 시장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데 환율하락으로 수출마저 주춤하면 경기회복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외환당국은 물론 공식적으론 시장개입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 당국 눈치만 보는 딜러들
한은을 통한 시장개입은 지난달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달 들어선 그 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지난 7일 환율 움직임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외국인 대규모 주식순매수 등으로 장중 내내 1천1백77원선에 머물렀으나 장 마감(오후 4시30분) 30여분 전부터 갑자기 환율이 오름세로 돌변, 10여분 만에 1천1백83원대까지 치솟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한은이 10억달러가량 사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수급·재료와는 무관하게 인위적으로 환율을 결정하는 시장개입이 매일 반복되는 상황에선 외환시장은 물론 수출기업도 자생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환율 변동성을 필요 이상으로 축소시키면 외환파생상품과 환위험 관리능력을 키우지 못해 급작스러운 외환 충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외환딜러들이 지난 2000년 8월 외환당국의 과도한 개입에 '항의성 태업'을 시도했던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그래도 시장개입은 필요'
최근 외환 수급상황을 감안할 때 환율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외환당국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외국인 주식순매수 자금이 최근 한달새 3조원 이상 유입됐고 경상수지도 지난 5월부터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다만 하락폭이 지나치게 크면 수출업계에 타격이 우려된다는게 당국의 시각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환율이 급격하게 움직일 때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최근 환차익을 노린 투기세력까지 가세한 것으로 보여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안정을 위한 외환당국의 노력은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며 "일본도 시장개입으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올들어 8백억달러가량 증가했고 대만 태국 등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외환시장 규모가 경제규모에 비해 작다는 것도 시장개입의 불가피성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다.
서충석 외환은행 시장영업본부장은 "하루 거래량이 20억∼30억달러에 불과한 국내 외환시장은 국제 투기세력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 커져 투기자금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외환당국의 개입 없이도 시장안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