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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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제도(諸島)는 남아메리카 북부 에콰도르 서쪽 1천km 밖에 있는 화산섬 덩어리다.
갈라파고스라는 이름은 1535년 주교 베르랑가가 페루로 가던 중 배가 표류하는 바람에 발견,스페인왕에게 큰 거북(Galapagos)이 엄청나게 많다고 보고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주도(主島)인 산 크리스토발섬과 가장 큰 이사벨라섬 등 16개 섬으로 이뤄진 이곳은 1832년 에콰도르 영(領)으로 선포될 때까지 해적 소굴이었다.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데포)'의 모델도 실은 해적으로 제도의 한 섬에 유배됐던 알렉산더 셀커크라고 할 정도다.
이 섬이 일반에도 알려진 건 찰스 다윈(1809∼82)의 '종의 기원' 발표 이후다.
다윈은 비이글호 항해중인 1835년에 들른 이 곳에서 같은 종인데도 먹이에 따라 부리모양이 다른 갈라파고스핀치 13종과 육지이구아나에서 변한 바다이구아나 등 환경에 따라 바뀐 생물들을 보고 돌아온 뒤 진화론을 내놨다.
다윈은 이곳을 '생물진화의 야외실험장'이라고 불렀거니와 실제 갈라파고스제도에 사는 포유류·조류·파충류의 80% 이상이 고유종이다.
코끼리거북 바다이구아나 웨이브드 알바트로스(신천옹새) 바다가마우지 다윈핀치 등이 그것이다.
20세기 초까지 남획되던 이들 희귀 동물이 보호되기 시작한 건 35년 다윈의 갈라파고스 방문 1백주년을 맞아 '야생동식물 보호구역'이 지정되면서부터.59년 갈라파고스 보존법이 통과된데 이어 68년 갈라파고스 국립공원이 출범했고, 86년 엔 갈라파고스 해양자원보호법이 마련됐다.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과 함께 제도 인근에서 기동훈련을 추진, 환경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도로부터 먼 곳에서 실시돼 괜찮다고 한다지만 정말 그럴지는 알 수 없다.
해류나 수온이 조금만 달라져도 생태계엔 엄청난 변화가 일기 때문이다.
커트 보네거트는 가상소설 '갈라파고스'에서 난자를 갉아먹는 미생물의 출현으로 전멸한 인류가 갈라파고스섬에 표류한 일단의 생존자를 선조로 새출발한다고 적었지만 바다거북도 편히 쉬기 어려운 곳에서 사람이 살아남는 게 가능할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