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궁지에 몰린 先物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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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PI 선물을 빼앗기기가 싫어 시장까지 합치더니 이제 금리선물영역도 차지하겠다는 얘기 아닙니까."
증권업협회 연구용역을 받은 한국재무학회가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을 전면 허용하고,증권업협회와 선물협회를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하자 선물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선물협회는 일단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공식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선물거래소와 증권거래소의 통합 논의과정에서도 일방적으로 외면당한 선물업계는 이젠 설 자리조차 빼앗기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종남 선물협회장은 "증권시장은 자본조달 시장인 반면 선물시장은 차별화된 위험관리 시장"이라며 "협회 통합론까지 들먹이며 선물업계 영역을 노리는 증권업계의 편향된 자세가 그대로 반영된 게 재무학회의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선물업계쪽의 반발은 더욱 심하다.
통합론을 전제로 증권사의 선물겸업허용방안은 결국 선물회사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서문원 동양선물 사장은 "막강한 영업력을 가진 증권사가 선물회사의 주수입원인 금리선물까지 취급하게 되면 선물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물거래소를 증권거래소에 통합할 때는 홍콩 싱가포르시장을 벤치마킹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입맛에 맞게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사례만을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학회에 용역을 준 증권업협회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겸업허용과 협회통합을 추진키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최정일 증권업협회 경영전략추진반 부장은 "재무학회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에 금융당국에 비공식적으로 이같은 내용을 타진해봤다"고 밝혔다.
선물업계 보호 차원이 아니라 국가경제와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큰 목표를 위해 선물산업의 체제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증권·선물거래소의 통합문제를 놓고 장기간 곤욕을 치른 금융당국이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양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욱진 증권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