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스톡옵션제 폐지 확산 … MS이어 델컴퓨터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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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제를 폐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폐지결정에 이어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도 9일 스톡옵션제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임러크라이슬러 대변인은 "스톡옵션 같은 보상 제도는 이제 끝낼 시기가 됐다"며 "임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던 스톡옵션제를 폐지하는 대신 주가 상승에 연동해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 2위 PC제조업체인 델컴퓨터도 이달 중 열리는 주총에서 스톡옵션을 줄이고,현금배당을 늘리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월스트리트저널은 "경영혁신을 선도해온 MS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스톡옵션제 폐지 방침은 관련 업계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로는 스톡옵션을 회계비용으로 처리하거나,아예 스톡옵션을 없애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폐지 배경=스톡옵션은 기업의 간부 및 사원들이 사전에 결정된 가격으로 자사주를 구입할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 권리를 행사,거액의 차익을 획득할 수 있어 우수한 인재들을 벤처기업으로 불러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주가가 급등한 90년대 후반에는 '백만장자 샐러리맨'을 대량 양산하는 바탕이 됐다.
그러나 2000년 증시 침체 이후 시장의 주식값이 권리행사가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스톡옵션에 대한 사원들의 불만이 커졌다.
게다가 회계장부상 스톡옵션의 비용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주주들의 불만도 고조됐다.
미 회계기준에 스톡옵션의 '비용 계상'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 회사 이익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회계 투명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하이테크 관련 기업의 회계부정에 스톡옵션제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기업 영향=지난 90년대 스톡옵션제를 유행시킨 MS의 전격적인 스톡옵션 폐지로 이 제도를 없애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기업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00년부터 스톡옵션제를 도입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업체들은 당장 중단하지는 않더라도 제도를 보완하는 등 좀더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소의 장성근 연구위원은 "선진기업을 본떠 제도를 무조건 도입했다가 부작용이 생긴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MS 등의 스톡옵션 중단으로 국내기업들도 스톡옵션 도입에 좀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초 스톡옵션 대상을 신규 임원으로 한정하는 등 제도를 축소 운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우수인재를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춰 스톡옵션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스톡옵션이 워낙 대세여서 도입했지만 누구한테 얼마를 줄 것이냐 등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있어 왔다"며 "외국기업들의 사례를 참고해 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MS 등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한 뒤 수정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인한·김성택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