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으로 무얼 해야할까." 포스코가 넘쳐나는 자금으로 고민에 빠져 있다. 포스코는 상반기 동안 3천8백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하고도 현금보유액이 1조8천억원으로 연초보다 5천억원이나 늘어났다. 지난달말까지 1조3천9백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올해 목표의 60%를 달성했다. 이런 추세라면 사상 처음 3조원 돌파도 무난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직원들에게도 푸짐한 경영성과급을 지급했다. 포스코는 10일 지난해의 2.5배인 2백50%의 경영성과급을 지급했다. 올해 성과급 지급범위를 영업이익의 4.5%에서 5.5%로 늘린 포스코는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어서 1천5백억원 이상을 '특별 보너스'로 나눠줄 전망이다. ◆마땅한 신규사업이 없는데… 철강에 이은 마땅한 신규 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포스코의 고민이다. 올해 초 에너지 사업 확대를 위해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인 남동발전㈜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전력산업 민영화 자체가 표류하면서 무산됐다. 에너지 IT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에 대한 방향은 나와있지만 사업화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지난달 이구택 회장을 포함,전 임원이 참여한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전력,에너지와 바이오 등 장기사업 진출 과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올해 투자 예정 금액 1조6천억원도 중국법인의 생산량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와 열연강판(핫코일) 설비 합리화 등 일상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매출액의 2% 수준인 1천5백억원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 철강업체들도 에너지 엔지니어링 반도체 등 신규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포스코도 현재로서는 철강이라는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탄'부터 비축해놓고 볼까 철강부문의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하는 등 '본업'에 충실하면서 기업경쟁력을 높여가자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무리한 사업다각화보다는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미래 성장엔진을 발굴하기까지 '실탄'을 비축하자는 전략인 셈이다. 포스코는 일단 하반기에 9천억원을 상환,차입금을 3조원 밑으로 떨어뜨리면서 중국 투자 규모와 시기를 저울질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철광석 석탄 등 주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원개발사업을 확대하면서 세계 최대 철강시장인 중국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방안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투자 여력과 철강경기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주주들도 신규 투자사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는 만큼 하반기 중 중장기 사업계획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