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굳은 땅에 물 고인다고 하거니와 자린고비에게 식재술(殖財術)을 묻자 동네 어귀 나무에 벌거벗은채 한 손으로 매달려 있으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남의 시선이나 수근거림을 아랑곳 말고 집요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단지 쓰지 않는 것만으로 부자가 될 순 없는 일이다. 세계 부호랭킹 2위이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73)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는 점심식사권의 값이 25만1백달러로 결정됐다고 한다. 이베이의 온라인 경매 결과 1백41명의 응찰자중 'schtinyt'라는 아이디를 쓴 사람이 이 금액을 써 낙찰받았다는 것이다. 버핏은 증권맨의 아들로 태어나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을 전공, 56년 1백달러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뉴욕에서 2천km 이상 떨어진 고향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크셔 헤서웨이사(社)를 운영하는 그의 현재 재산은 42조원.버크셔 헤서웨이는 원래 섬유회사였으나 버핏이 사들인 뒤 85년 자동차보험사와 재보험사를 자회사로 둔 투자회사로 바뀌었다. 8천여개의 미국 상장사중 월마트에 이어 주식시장을 선도하는 2위 기업으로 꼽히고, 지난해 매출 4백23억달러,순이익 43억달러(전년의 5배)라는 실적을 올린데 이어 올 1·4분기에도 17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놀라운 기록을 냈다. 버핏의 투자 원칙은 간단하다. 가치주를 사들여 오래 보유하는 것이다. 가치주의 기준은 '계속해서 수익을 내는가''경영이 투명한가' '자기자본 수익률은 우수한가'등이다. 특히 투명성을 제일로 친다.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거나 연금 운용수익을 과다하게 제시하는 곳, 성장기대치를 떠벌리는 곳은 의심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그는 또 기술주보다 제조업주,그것도 소비재산업에 투자한다. 때문에 IT바람이 한창이던 때 투자실적이 떨어진 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역시 투자의 대가'임을 입증했다. 점심시간에 잠시 듣는다고 부자가 되는 비책을 얻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더라도 오래 된 집에서 경호원 없이 손수 운전하고 세금도 직접 낸다는 부자 버핏이 무슨 말로 거금을 낸 낙찰자에게 도움을 줄지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