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스캔들 이후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간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이 11일 북미와 이외 지역 사업체로 회사를 재조직하고 채무 대부분에 14.4-18.3%의 변제율을 적용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뉴욕 연방파산법원에 제출된 엔론의 자구안에 따르면 회사는 북미지역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부문을 이어받을 가칭 `크로스컨트리 에너지'와 여타지역의 전력및 파이프라인 사업부문을 승계할 가칭 `인터내셔널'로 분리된다. 미국 서부지역의 전력업체 포틀랜드 제너럴 일렉트릭은 매각하거나 채권자들에게 주식을 배분할 계획이다. 또 670억달러에 달하는 채무 가운데 엔론 본사의 채무는 14.4%, 엔론 노스 아메리카는 18.3%를 각각 변제하는 등 채무 업체별로 변제율을 차등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변호사, 회계사, 증권사 등의 수수료, 수임료 채무에 대해서는 전액 변제키로 했다고 자구안은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파산전문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이같은 변제율은 다른 파산사건의 경우와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또 엔론의 사기행각을 알면서도 이 업체를 지원한 것으로 밝혀지는채권은행들은 채권액 가운데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구안은 파산보호 대상인 엔론의 174개 자회사 및 사업부문에 적용되며 채권액기준 50%의 채권자 동의와 뉴욕 연방파산법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주요 채권자들은 자산매각과 경매를 통한 일부 채권의 변제와 신설되는 두개 업체의 지분 취득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구계획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승인한 바 있다. 자산규모 680억달러로 미국 제7위의 에너지기업이었던 엔론은 2001년 120억달러의 손실을 은폐한 사실을 인정한 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월드컴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번째 규모의 파산사건으로 기록된 엔론의 붕괴는 회계업체 아서 앤더슨의 폐업과 앤드루 패스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형사소추 등숱한 파장을 낳았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