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경제특강'] '윤곽 드러내는 새 통화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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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안을 목표로 새 통화지표 개발작업에 한창이다.
금융회사간 겸업화로 금융업종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금융상품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금융업종 중심의 기존 통화지표에 대한 '쇄신'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에 따라 기존의 총유동성(M3)을 대체할 최광의(最廣義) 유동성(L) 지표를 개발 중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기본적인 통화지표 체계는 새로운 통화지표인 협의통화(M1), 광의통화(M2) 및 최광의 유동성(L) 지표로 정착된다.
◆ 새 통화지표의 필요성 =국가경제에서 돈의 역할은 흔히 인체의 혈액에 비유된다.
따라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돈을 적정수준으로 공급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통화지표는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풀려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서 통화정책을 수립ㆍ집행하는데 기초자료가 된다.
통화지표를 편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돈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개념부터 결정해야 한다.
흔히 통화라고 하면 지폐나 동전 같은 현금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각종 금융회사에 예치한 예금들도 언제든지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으므로 통화에 포함시킬 수 있다.
즉, 통화는 현금 이외에 여러 가지 화폐기능을 지닌 금융상품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새로운 금융상품이 출현하거나 금융제도가 급변하는 시대에서는 이에 맞는 통화지표를 개발하는 과제가 중앙은행의 가장 큰 역할중의 하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금융혁신의 진전과 금융기관의 겸업화로 금융회사간 경계가 모호해진 점에 주목해 금융회사 중심이 아니라 유동성을 중심으로 한 통화지표의 작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통화금융통계 매뉴얼(2000)'을 발간하고, 각국에 이에 따른 통계편제를 권고해 오고 있다.
◆ IMF식 통화지표 =한국은 1951년부터 통화(구M1) 및 총통화(구M2) 지표를 공식 편제하기 시작한 이래 본원통화, M3 등의 지표를 추가로 편제해 왔다.
이들 지표는 금융회사의 법적 지위를 기준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통화지표와 최종 목표변수 사이의 안정적 관계를 저하시켜 정책지표로서의 유용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시중 유동성을 보다 정확히 반영해 통화지표로서의 유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IMF의 새로운 국제기준에도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한국은행은 2000년 6월 새 통화지표 편제에 착수해 올해 안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새 통화지표에서 개별 금융자산을 협의 또는 광의의 통화지표에 포함시킬지의 여부는 원칙적으로 해당 금융자산의 유동성 정도를 판단기준으로 하고 있다.
협의(狹義)통화인 신(新)M1은 통화의 지급결제기능을 기준으로 선정됐다.
반면 광의(廣義)통화인 신M2는 지급결제기능에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기능까지 포함시키되 거시경제변수와의 관계, 중앙은행의 통제가능성 등 통화지표가 갖춰야 할 실증적 요건을 감안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말을 목표로 한창 개발 중에 있는 최광의 유동성지표(L:Liquidity Aggregates)는 IMF의 '통화금융통계매뉴얼'에서 통화지표의 하나로 예시하고 있는 지표로서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유동성의 크기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다.
광의통화(M2)는 물론 현재의 M3(총통화에 금융채권 상업어음 등 비통화 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유동성을 합한 것으로 통화량을 가장 넓게 측정하는 지표)에 비해 금융자산이나 금융자산 발행부문의 포괄범위가 훨씬 더 넓다.
◆ 기대효과 =새 통화지표는 금융상품을 유동성 기준으로 분류ㆍ편제되기 때문에 통화의 기본정의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조사표 작성단계의 전산화 추진 등을 통해 속보성을 높임으로써 통화지표의 시의성과 유용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M1은 제2금융권의 단기상품을 포괄함으로써 그동안 지표의 활용도가 낮았던 기존 M1을 대체해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파악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신M2는 기존 M2가 비은행금융회사의 상품을 제외함에 따라 제기돼 왔던 금융권간 자금이동에 따른 지표왜곡 현상을 시정할 수 있다.
동시에 M3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속보성 문제도 개선함으로써 실물경기변동에 대응한 통화정책 잣대로서의 역할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새 통화지표의 적합성 검증결과를 보더라도 안정성 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거시경제모형을 이용한 경제분석과 예측의 정확성 제고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