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2백억원 모금' 발언을 한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한나라당과 여권 일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퇴불가는 물론 검찰의 강제 소환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1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 대표가 이같이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여권 내부에서 힘겨루기 양상이 나타나는 등 정 대표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물러나지 않겠다'=정 대표는 지난 주말 김상현 고문 및 이낙연 의원 등과의 회동을 통해 "14일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한나라당이 제출한 새 특검법 등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대표는 "검찰소환에 당장 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응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낙연 대표비서실장은 13일 "미리 검찰출두 시점을 정해놓고 있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특검법처리 등 정치권의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사실상 검찰의 조기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정 대표의 한 측근도 "사퇴를 왜 하느냐"라며 "당분간 검찰에 출두하지 않는 것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측근들과 산행에 나섰다가 중간에 돌아와 대책을 숙의했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버티기가 여권핵심과의 '막판 딜(협상)'을 위한 것이고 이에 청와대측이 강경한 입장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당 주변에서 나도는 추가 폭로설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엇갈리는 여권 기류=민주당과 청와대의 기류가 사뭇 다르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정 대표의 대표직 사퇴불가에 힘을 실은 반면 청와대는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전반적인 기류는 냉소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주류의 이해찬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이 혼란스런 상황에서 신·구주류를 묶을 사람이 필요하다"며 정 대표를 옹호했고,구주류 핵심인 김옥두 의원도 "신·구주류가 따로 없으며 오히려 구주류가 적극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사태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집권당 대표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폭로를 하고 나선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나라면 그만 두겠다"는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이 청와대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침묵이 정 대표에게 거취를 결정할 시간적 여유와 명분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