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0:06
수정2006.04.04 00:09
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어트어소시에이츠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을 허용한 정관을 삭제한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현재 삼성전자 우선주가 보통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번 판결은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을 규정한 회사 정관을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삭제하면서 우선주 주주로 구성되는 '종류주총결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문제에 관한 법원 판정이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 일각에선 이번 판결과 관련,SK㈜ 사태에 이은 외국자본의 국내 대표기업 경영간섭 사례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단기 헤지펀드이든,중장기펀드이든 간에 외국자본이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상 결정사항에 이의를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정관이 만들어진 1997년 이후 우선주를 발행하지 않았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상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 삼성전자 우선주와 관련된 정관이 97년 이전에 발행된 우선주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발행기간이 일정기간 지난 다음 보통주로 전환되는 권리를 가진 신형 우선주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보통주 주주들이 참여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통해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이 결정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물량 증가에 따른 주가 하락 등 보통주 주주의 권익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56%를 웃돌고 있다.
삼성그룹 대주주와 계열사들은 비교적 낮은 지분율로 삼성전자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도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외국자본에 의해 의사결정 과정상 정당성을 흠 잡혔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상당한 부담감을 줄 수 있다.
절차상 하자에 대해 2002년 주총 당시 엘리어트뿐만 아니라 현대투신운용 등 일부 국내 기관투자가도 정관 삭제와 관련,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영준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 이번 판결이 우선주 주주의 권리에 대해 회사측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우) 등 우량기업 우선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