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도 광주의 동부그룹 종합연수원.김준기 회장이 주요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두시간동안 특강을 펼쳤다. 주제는 '경영혁신과 우수 인재 양성'. "혁신의 실패 요인은 이기심,이해관계,현상유지,안주를 취하는 자세 등 과거에 지나치게 열중하는데 있습니다. 기존 경영관습의 폐기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동부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그는 수 년전부터 경영시스템의 개선과 인적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매월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서도 이 점을 빠뜨리지 않는다. 작년까지는 변화를 위한 학습과정이었다면 올해부터는 각 사의 특성에 맞게 과제를 선정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해 중장기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성과를 가시화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는 또 어떤 인재를 발굴하느냐는 곧 CEO의 수준을 나타낸다며 사장단을 채찍질하고 있다. 김 회장은 30대 그룹에서 몇 남지 않은 창업주이자 총수.1969년 만 24세의 나이로 창업한 이래 30여년간 현장을 지켜오고 있다. 건설업으로 시작,금융과 반도체로 사업저변을 확장해온 김 회장의 경영철학은 철저한 '실상경영(實像經營)'이다. 형식을 배격하고 실리 위주로 내실을 다져나가자는 것이다. 동부의 반도체 사업이 사업 진출 20년만에 성사된 것도 김 회장의 이러한 경영스타일과 맥락을 같이 한다. 김 회장은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을 처음으로 표방하고 국내 최초로 실리콘 웨이퍼 생산에 착수하는 등 근 20년간 사업을 준비해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