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1998년 실직 후 호프전문점을 창업했다가 실패했다. 스스로 꼽은 가장 큰 실패 요인은 지나친 '안전주의'였다. 15년 이상 직장생활을 해온 그로서는 창업에서도 안전이 가장 중요했다. 처음에는 가맹점을 알아봤지만 가맹 본사 중에 사기업체가 많다는 말을 듣고 가맹점 창업을 포기했다. 새로운 도전이 두려웠던 그는 매출이 보장돼 있는 기존 점포 인수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벼룩시장과 부동산컨설팅사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안전'을 위해 가급적이면 권리금이 싼 곳만 찾았다. 결국 서울 송파구에서 개업한지 4년된 호프전문점을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인수,장사를 시작했다. 신규 창업보다 투자비를 절반 이상 절약할 수 있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A씨가 인수한 점포 주변에는 유명 브랜드의 맥주 가맹점들이 둘러싸고 있어 이미 매출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권리금은 저렴했지만 막상 점포를 인수하고 보니 시설이 노후해 생각지도 못했던 리모델링 비용이 2천5백만원이나 추가로 들었다. 점포 인수 후 마케팅이 필요했는데 거기에도 소극적이었다. 혹시 이 사업에서 실패하면 새로운 도전을 위해 여유자금을 남겨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돈이 드는 판촉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1년6개월 넘게 적자를 보다가 결국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최근 들어 IMF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으로 실직,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한 사업자들의 상담이 부쩍 늘고 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실직을 당해 막다른 골목에서 창업한 분들중 상당수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위주로 창업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사람구하기 어렵다는데' '사기꾼이 많다는데' 등 부정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위험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지나친 안전주의야말로 때로는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이든 위험하지 않은 건 없다. 성공하는 사람은 위험을 인식하고 극복해 나가지만 실패하는 사람은 위험을 피하려고 애쓰다 오히려 위험에 빠진다. '어려운 일을 향해 가라. 그것은 당신을 발전시킨다. 어려운 일을 피하고 이미 알고 있는 일만 한다면 영원히 발전할 수 없다'는 로널드 오스본의 말은 창업자들이 한번쯤 기억해둘 만하다. 이경희 <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www.changupo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