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값에 거품있다." "없다." 지난 5월23일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후 정부와 민간연구소들이 잇따라 '거품(버블) 경계론'을 내놓으며 뜨거운 논란을 벌였다. 금융 및 부동산전문가들도 버블의 개념과 주택시장의 버블 존재여부를 놓고 여전히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가격 동향과 향후 전망'보고서를 통해 "2001년과 2002년 전국과 서울의 집값 상승에는 버블이 존재하지 않았지만,서울 강남권은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버블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또 "정부의 급격한 시장개입은 거품의 단기 소멸에 따른 부작용만 키우므로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급확대와 금융시스템 정비를 통해 버블 생성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집값 버블인가,아닌가 국내 집값은 전년 대비 2001년 9.9%,2002년 16.4% 각각 올랐다. 특히 서울지역의 아파트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만 30.8%나 상승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집값이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오르거나,주택가격 상승률이 연간 개인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평균과 표준편차를 합한 수치를 초과할 때를 버블의 징후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며 "전국과 서울의 평균 집값 상승률을 훨씬 넘어선 강남지역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버블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버블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선택 미국의 경우 버블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시행된 적이 거의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버블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 자체가 자의적일 수밖에 없고,분석기간이나 표본 지역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김경환 교수(서강대)는 "버블의 존재여부,정도,소멸여부 등을 미리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품을 제거하거나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 개발은 더욱 어렵다"며 "미국 정부의 논의도 대부분 시장개입에 회의적"이라고 소개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정부가 직접 개입해 은행 대출억제,양도소득세 및 고정자산세율 인상,토지거래 허가제 등을 통해 버블을 일시에 터뜨려 결국 경착륙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정의철 교수(건국대)는 "일본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한 지난 92년부터 부동산 값이 급락해 기업 및 가계파산→금융기관 부실화→내수위축→경기침체→부동산값 추가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바른 정책 방향은 보고서는 거품이 끼어있는 강남을 포함한 서울의 아파트값 급등은 근본적으로 수급 불균형에서 초래됐기 때문에 투기억제 등 수요관리 일변도의 정책은 주택시장을 왜곡하고,장기적으로 시장안정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과 일본의 경험에 비춰볼 때 정부가 부동산 버블에 대해 급격한 시장개입이나 단기간의 과도한 대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은 "버블이라는 개념에 집착하기 보다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급확대,장기주택금융 활성화 등 금융시스템 정비 등을 통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