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협중앙회는 수입품을 국산화하거나 해외시장개척에 적극 나선 중소기업인들을 매월 선정,'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으로 표창하고 있다. 지난 94년 4월 첫 선정 이후 모두 1백5명이 이 상을 받았다. 이들은 자중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이업종교류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기협은 최근 4개월동안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청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서류를 제출한 기업들은 대부분 자격미달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것과는 딴판이다. 이렇게 되자 기협은 산하 2백여개 협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업체중 1만2천여개 중소기업을 골라 신청을 독려하는 e메일을 보냈다. 조합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기협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중소기업인들로서는 상 받는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의 분석처럼 수상신청기업이 없다는 것은 중소기업인들이 처한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일부 대기업이 엄청난 이익을 내며 호황을 구가하는 것과는 달리 대다수 중소기업은 경기침체로 가동률이 4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판매대금마저 제때 회수하지 못해 납품 후 4개월이 훨씬 넘어서야 가까스로 받아내고 있다. 극심한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부도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하반기중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중소기업인은 별로 없다.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무슨 수상신청입니까." 서울 성수동에 있는 한 탄탄한 중소기업 경영자의 토로는 이들의 고충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기협 관계자는 "이달 하순에는 자랑스러운 중기인을 선정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자랑스러운 중기인'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나와 선정에 고심하는 때가 언제 올지 답답해진다. 이계주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