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시민단체와 노조의 압력에 못이겨 적자투성이 병원의 폐업신고 수리를 거부함에 따라 경총 등 경영자단체와 병원이 '경영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15일 경총에 따르면 성남시는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소재 인하학원 소속 인하병원이 지난 11일 제출한 폐업신고를 반려했다. 성남시 수정구보건소는 "성남 시민의 의료 대책이 수립되지 않은 채 폐원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성남 시장과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면담이 이뤄진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하병원을 운영 중인 한진그룹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병원 폐업신고는 말 그대로 신고사항"이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사업을 더 이상 하지 못해 폐업하는데 시가 시민단체나 병원노조의 눈치를 봐 이를 거부한 것은 위법적 권한남용행위"라고 밝혔다. 경총도 이에 대해 성명을 내고 "인하병원이 누적적자가 심화돼 폐업신고한 것을 성남시가 거부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는 인기영합적 선심행정의 표본으로 근로자들이 이에 편승해 '폐업 철회'를 주장하며 병원을 점거하는 등 노사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하병원은 지난달 20일 병원 사정과 적자누적 등에 따라 7월10일 폐원하기로 결정했다. 인하병원은 지난 85년 8월 한미병원으로 개원한 이래 다음해 한진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한 뒤 영업해 왔으나 10여년간 설립자인 예일의료재단과 소유권 분쟁을 벌이다 지난 3월 패소해 사업장을 비워줄 위기에 몰린데다 소유권 분쟁을 거치면서 경영이 악화돼 누적적자가 5백50억원에 달한다. 성남시는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시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인하, 성남병원 폐업 범시민대책위원회(준)'를 구성, 수정ㆍ중원구 지역의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성남시가 병원 폐업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데다 3백50여명에 달하는 인하병원 노조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시위를 벌이면서 폐업신고를 반려키로 했다. 노조측은 현재 성남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해 폐원 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21일부터 인천 인하대병원과 대한항공 사옥 앞에서 폐업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성남 구 시가지의 인근 성남병원(2백50병상)도 축소 이전을 전제로 지난 9일 아파트 사업승인을 받은 상태여서 수정ㆍ중원지역에는 성남중앙병원 1곳만 남게 됐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