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지치기 쉬운 여름날 재미있는 소설 한편을 읽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다. '삼한지'나 '금병매' 같은 대하 역사소설과 '황제의 꿈' 같은 기업소설,그리고 도박사들의 삶을 다룬 '탄' 등이 최근들어 특히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책이다. '삼한지'(三韓志·김정산 지음,중앙M&B,전10권)는 서기 580년부터 신라가 나당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통일을 완성하는 676년까지 변화무쌍한 격변기 1백여년의 역동적인 역사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제목으로 쓰인 '삼한(三韓)'이라는 말은 고구려·백제·신라를 통칭해 불렀던 '삼국'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시기는 부족국가 시대를 마감하고 중앙집권 국가로 접어들던 때로 삼국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상승작용을 하고 있었다. 이 때는 특히 활달하고 호방한 문화를 이뤄낸 고구려가 요동 지역을 장악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한 때이기도 했다. 작가는 특히 동아시아의 군사대국이자 문화강국이었음에도 고구려나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은 백제의 본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가는 치밀한 고증을 위해 우리나라 사료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물론 '당서''수서''정관정요''일본서기' 등 중국과 일본의 사료도 두루 섭렵했다. 집필에만 6년이 걸렸다. '금병매'(하근찬 지음,북앤피플,전5권)는 중국 명나라를 배경으로 한 장편 대하소설.중국의 대문호 노신이 "동시대의 소설 중 '금병매'를 능가할 작품이 없다"고 극찬한 걸작이다. 에로틱한 상황묘사 못지않게 명대 사회의 부패상과 밑바닥 인생들의 애환이 잘 그려져 있어 문학적 가치도 높다. 신문 연재 당시 여직원들이 먼저 읽으려고 몰래 빼돌리는 바람에 직장마다 소동을 벌였다는 에피소드로도 유명하다. '황제의 꿈'(이원호 지음,은행나무,전3권)은 '밤의 대통령'과 작가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출세작이다. 기업소설로는 드물게 2백3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올렸다. 20여년간 해외무역부에서 근무한 경험과 직접 무역회사를 설립해 운영한 이력을 바탕으로 한 책이라 생동감과 사실감이 넘친다. 세계를 내 집처럼 누비며 끝없는 야망을 펼쳐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수많은 샐러리맨들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다. '탄'(이윤희 지음,명솔출판,전3권)은 '포커의 황제''탁월한 승부사'로 불리는 저자의 정통 포커소설로 포커계 고수들의 숨막히는 승부현장,바늘끝 같은 승부감각,절묘한 베팅기술,사기도박 대응법 등 일반 아마추어 포커인들이 궁금해하는 도박세계의 이면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전개돼 독자들은 직접 현장에 빠져드는 것 같은 스릴을 맛볼 수 있다. '투페어에서 풀하우스를 띄우려는 사람에게는 딸도 주지 마라''안되는 날 적게 잃는 사람이 진정한 실력자'라는 격언(?)도 지은이가 만든 말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