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김 농림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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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생명창고의 곳간열쇠를 지키는 농림부 장관으로서 법원의 납득할 수 없는 결정에 저는 지금 온몸으로 항의하고 있습니다."
16일 오전 농림부 기자실.김영진 농림부 장관은 자신이 자청해 마련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의 장관답게 그의 정치적 수사는 회견 내내 비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충분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청사를 나서는 김 장관을 농림부 직원들이 "사퇴를 철회해달라"며 막아섰지만 그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떠나야 모든게 해결된다"고 직원들의 손길을 애써 뿌리쳤다.
김 장관의 말처럼 그가 떠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법원 판결에 대한 항고와 본안소송 절차를 남겨둔 상황에서 갑작스레 구심점을 잃어버린 농림부 직원들은 이날 하루종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새만금 사업 이외에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 등 농정 현안을 내팽개친 무책임한 행동이란 비난도 농림부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지난 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쌀시장 개방에 반대해 스위스 제네바 교섭현장에서 삭발 농성을 한 '투사 정치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돼 있다.
그랬던 그가 농림부장관에 취임해 농업개방정책을 이끌어 온 데 대해 일부 농민단체 등으로부터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라는 비난도 받아야 했다.
"농업도 경쟁의 원리가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느라 마음고생이 컸을지도 모를 일이다.
농업시장 개방에 따른 비난 여론이 농촌 지역구를 가진 정치인 출신 장관에게 압박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날 김 장관이 흘린 눈물이 '새만금'을 핑계로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야누스의 눈물이 아니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정호 경제부 정책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