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브레이커(Rule Breakerㆍ규칙 파괴자)가 돼라."


미국의 유명 전략컨설팅 회사인 스트라티고의 게리 하멜 대표는 기존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선도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기존 품질 개념과 규칙을 뒤엎는 혁신적인 품질 개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멜은 이러한 혁신적인 품질 개념을 정착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스타벅스를 꼽는다.


스타벅스의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 방식은 기존 카페를 개선ㆍ보완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커피산업을 재창조해냈다.


페덱스, 델컴퓨터, 찰스스왑, 보디숍, 아마존, 이베이, 사우스웨스트항공 등도 20세기 후반 혜성과 같이 나타나 새로운 가치 창조를 통해 강자로 부상한 기업들이라고 하멜은 꼽는다.


지난해부터 국내 산업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신품질'은 이러한 하멜의 '룰 브레이커' 개념과 맥이 맞닿아 있다.


신품질은 빠르게 국내 산업계로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품질경영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로드맵 역할을 해내고 있다.


신품질은 태생부터 다른 품질 개념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품질 관련 단체가 주도해 외국의 품질 개념을 도입하는 기존 관행과 달리 국내 대표적인 석학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머리를 맞대 연구한 끝에 나온 개념이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는 신품질포럼.


지난해 1월 출범한 이 단체는 중소기업 및 대기업의 경영자와 대학교수, 민간기업 연구소장 등 8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오명 아주대 총장과 손욱 삼성종합기술원장, 윤홍구 동양매직 사장, 이문원 풍산 사장, 이재욱 노키아티엠씨 회장, 조영선 현대엘리베이터 전무, 이순용 한국품질재단 이사장(동국대 명예교수), 박성현 서울대 교수, 김형욱 품질경영학회 회장, 윤상운 연세대 교수, 박영택 성균관대 교수 등이 이 포럼의 회원이다.


이 포럼이 발족된 것은 그동안 국내 산업이 펼쳐온 품질운동이 더 이상 성장동력으로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품질경영에 관한 수많은 모델과 포상제도가 나왔지만 여러 면에서 미흡했다는게 신품질포럼 참여자들의 생각이다.


윤상운 연세대 교수는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협공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부서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적극적인 혁신 노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점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품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품질은 △매력적이고 독창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가치를 창조하는 '창조적 품질' △품질과 비용 스피드 가치 차별성 등을 포괄하는 '경쟁우위 품질' △프로세스, 시스템, 기업문화 등을 혁신하는 '경영 품질' 등 세 가지가 어우러진 총체적 품질 개념을 들고 있다.


신품질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리더십과 방침ㆍ전략, 인적자원 관리, 파트너십과 자원, 프로세스, 고객 관련 성과 등으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전략과 성과 지표를 제시한다.


신품질포럼은 신품질 개념을 보급하기 위해 올해부터 신품질 컨벤션을 열고 신품질 대상을 수여하고 있다.


신품질 대상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품질경영 관련 시상제도인 미국의 말콤 볼드리지상과 일본의 데밍상을 벤치마킹했다.


지난 5월 열린 1회 신품질 컨벤션에서는 6백여명의 국내 기업 대표와 실무관계자들이 참석해 '신품질'에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말콤 볼드리지상과 데밍상 심사위원들이 참여해 주목받기도 했다.


신품질포럼은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신품질의 개념을 보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내년 신품질 대상에는 노사관계와 안전사고,환경문제 등을 경영품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추가하고 심사에 적용할 방침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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