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日에서 車팔기 힘든 이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일본 국회의사당을 지척에 두고 있는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현대자동차 재팬 사무실 천장에는 유난히 내방객의 시선을 끄는 플래카드가 몇 장 걸려 있다.
'달성하자 7천대.'
문구에 담긴 의미는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한대라도 자동차를 더 팔기 위해 좀 더 땀 흘리고, 한번 더 주먹을 불끈 쥐자는 것이다.
목표 수치는 그럴 듯해 보이고 구호 역시 강렬하지만 직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시장이 신통치 않고 실적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아서다.
"많이 팔긴 팔아야 할 텐데요.
일본 시장이 철옹성이라지만 본사에 대한 체면도 있고 하니 말입니다."
김진성 현대자동차 재팬 사장의 말에는 답답함이 진하게 묻어 있다.
임직원들이 안간힘을 다해도 결과가 시원치 않으니 신바람이 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일본 판매가 서울의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얼어붙은 일본의 내수 경기와 일본 메이커들에 비해 열세를 면키 힘든 정비·판매망이 우선 큰 원인이다.
상륙 초기인 탓에 팔리는 대수가 많지 않고 딜러들에게 화끈한 수익을 보장해 주기 어렵다 보니 강력한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쉽지 않다.
브랜드 인지도도 고민이다.
구미 고급차 이외의 외국산에 눈길을 주려하지 않는 일본 소비자들의 닫힌 마음은 장애물 그 자체다.
악재가 수두룩한 상황에서도 현대차의 일본 세일즈맨들은 무형의 핸디캡을 또 하나 안고 있다.
노사문제에 따른 부정적 시각이다.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 25일부터 부분 파업을 계속해 온데다 협상이 원만한 타결을 보지 못하면 후유증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게 뻔한 상태다.
일본의 경쟁업체들에 이는 놓칠 수 없는 현대의 약점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3월 결산에서 경상이익 1조5천억엔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나 나라 경제가 나쁘다는 이유로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를 자진 포기했고 회사측은 성과급으로 '알아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자동차산업에서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바짝 좁혀져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지만 노사단결로 잰 경쟁력 차이는 아직 크기만 하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