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똥개'(제작 진인사필름)는 '친구'를 만들었던 곽경택 감독이 내놓은 신작이다. 비장감으로 넘쳤던 '친구'와 달리 '똥개'는 가볍고 유쾌하다. 지방 소도시에서 야망 없이 살아가는 우리네 촌놈들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다. 스케일이 작은 소품이지만 캐릭터가 매력 있고 감칠맛 나는 대사도 일품이다. '도시의 반항아'로 각인돼 온 정우성이 투박하고 어리숙한 촌놈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정우성이 맡은 철민 역은 평소에는 양순하지만 일단 위기에 처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똥개의 근성을 형상화한 캐릭터다. 영화 속에서 철민은 방 구석에서 뒹굴며 허송세월한다. 식탁에서 아버지에게 "혼자 프라이 두 개 먹으면 우짜노"라고 밥알을 튀기며 말하는 모습도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는 똥개의 모습이다. 아끼던 개를 고교 선배들이 잡아먹었을 때 철민의 대응 장면은 똥개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선배들의 보신탕 회식 자리를 찾아갔지만 상황을 빨리 파악하지 못한 채 휘둘리다가 뒤늦게 사태를 깨닫고 되돌아가 그들을 묵사발로 만든다. 조폭 영화의 주인공들이 지닌 빠른 판단,전광석화 같은 공격은 없다. 경찰서 감옥 안에서 철민과 숙적 진묵(김태욱)과의 결투는 '개싸움'을 형상화했다. 철창 속의 두 사람은 태권도나 쿵후식의 멋진 대결이 아니라 서로 뒤엉켜 주먹질하고 물고 뜯다가 한 명이 혼절한 뒤 싸움을 끝낸다. 이런 싸움은 '멋'을 추구하는 액션영화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진묵이 개발 차익을 얻으려는 도시인의 앞잡이라면 철민은 소도시를 지키는 청년이란 점에서 '똥개'는 토속정서의 승리를 암시한다. 16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