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농림부 장관의 사표가 18일 수리돼 새 정부의 첫 중도하차 장관이 나왔다. 지난 5월 화물노조의 파업ㆍ물류대란 때 사표를 제출했던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까지 포함하면 출범 5개월이 채 안돼 2명의 장관이 사퇴소동을 빚은 것이다. 이같은 각료들의 '사퇴소동'은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에 다소간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뒤 청와대가 '사퇴철회 권고'라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를 했으나 결국 김 장관이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장관 사이의 '관리ㆍ복명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장관은 사퇴성명서 발표 후 경기도의 한 기도원으로 잠적하면서 연락까지 두절, '통제불능' 상황도 빚어졌다. 인사권자인 노 대통령은 김 장관이 왜 사퇴했는지, 재고할 수는 없는지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듣거나 설득하지 못했다. 한 부처의 고위 공무원은 "김 장관의 행동에 돌출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화와 타협'을 원리로, 각종 위원회 중심으로 주요 현안들을 풀어나가려는 방침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새만금 사업과 같은 초대형 국책사업에 청와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 방향을 제시하거나 여론을 선도해 풀어나가지 못하고,결정을 기획단이나 위원회에 맡겨왔다는 것. 이해관계가 엇갈린 사람들에게 결정을 미뤄 놓은 상황에서 행정부처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는게 이 고위공무원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청와대 대로 불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출범 때부터 장관에게 권한과 책임을 함께 준다는 방침을 몇차례나 밝혔다"며 "오랫동안 '보신주의'에 젖어온 공무원들은 상급기관 눈치만 보고, 장관들도 과연 부처별 현안돌파를 위해 몸을 던지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부처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부처는 청와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국정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진다. 이렇게 된데는 국정운영의 철학과 방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각 정책분야별 수석비서관이 없어지면서 '조율창구'가 없어지는 등 바뀐 제도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일각에서는 다음달 8ㆍ15때 노 대통령이 국정비전을 밝히면서 이같은 시스템에 대한 보완책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행정부 일각에선 농림부 장관의 빈자리를 메우는 과정에서 소폭의 개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만 청와대측은 "정부가 출범한지 몇개월됐다고 개각을 하겠느냐"며 언급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심수습용 개각은 없을 것"이란 점은 노 대통령이 지난 2월 장관 임명 때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마찰이 많고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일부 장관은 일찍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