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채널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쇼핑호스트가 탄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러시아 출신 패션모델 율라(25). LG홈쇼핑에서 이탈리아 란제리 '베로니카' 판매 생방송을 이정민ㆍ정윤정씨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첫 방송을 했고 지난 5일 두 번째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물론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한다. 순백색 피부, 갈색 눈동자, 오똑한 콧날…. 단아한 이목구비에 1백79cm의 늘씬한 몸매가 돋보이는 러시아 미녀. 대사는 많지 않았지만 외모만으로 이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LG홈쇼핑 관계자는 "인기 연예인보다 두세 배 효과가 컸다"며 "방송 1회당 매출이 6억원으로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생방송은 처음이라서 많이 긴장했어요. 생소한 전문용어가 많아 대본을 24시간 입에 달고 살았지요. 그런데도 막상 카메라를 보니 입이 딱 닫히던 걸요."(율라) 엄밀히 말하자면 율라는 한국인이다. 레닌그라드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유럽에서 패션모델로 일하다 1997년 코리안드림을 안고 홀로 한국에 왔다. 그리고 한국이 좋아 아예 귀화했다. 이름은 김 뽀모가에바 율라 알렉산드러브나, 별명은 '끝장미녀'다. 서울에 온 후 그는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총애를 받으며 5년간 그의 무대에 섰다. 요즘엔 '칠겹무'를 추는 메인 모델로 활약 중이다. 주변에서 '억척 또순이'로 통할 만큼 그는 일 욕심이 많은 노력파기도 하다. 잠은 하루에 3∼4시간만 잔다. '완벽한 한국말'을 익히기 위해 틈틈이 읽고 쓰고 말한다. 인천 집에서 서울까지는 지하철로 오간다. 쇼핑은 주로 동대문이나 홈쇼핑에서 한다. "백화점은 너무 비싸잖아요. 특히 강남은 무슨 물가가 그렇게도 비싼지 우리 동네에서 3천원 하는 수박이 만원이나 하지 뭐예요. 그래서 강남에서 모임이 있을 땐 과일을 사들고 가요." 이렇게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러시아 집에도 꽤 도움을 줬다. 출중한 미모, 유창한 한국말에 유머 감각까지 갖춰 율라의 활동반경은 날로 넓어지고 있다. 에스콰이아 현대백화점 광고에 등장했고 현재 나드리화장품 '레오나르' 전속모델로 활동 중이다. 올 초부터 5개월간 코미디TV 시트콤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MC가 꿈이었는데 쇼핑호스트 데뷔로 일단 첫 발을 내디딘 셈"이라며 "앞으로 공중파 MC나 드라마 출연자로도 일해보고 싶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율라의 한국생활은 올해로 6년째.동사무소 가기가 제일 싫고 된장찌개와 청국장이 제일 맛있다. 처음에는 '얼마나 배가 고프면 저렇게 냄새나는 것을 먹을까' 생각했는데 요즘엔 틈만 나면 끓여 먹는다. 그런데도 주위에서 자기를 한국인으로 여겨주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단다. 그는 "외모가 달라도 이웃으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