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8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의 마스코트로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인 손오공이 유력하다는 소식이다. 손오공은 중국사람들에게 친숙한데다 목표(불경)를 향한 불요불굴의 정신이 유별나고, 평화와 자유를 희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림픽정신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손오공은 현장법사가 불경을 구하려 천축(지금의 인도)으로 기약없는 길을 나설 때,손오공은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따라 나선다. 10만리나 되는 파란만장한 여정 속에서 '재주꾼 원숭이' 손오공은 도술을 써서 온갖 요괴들을 물리치는 경호대장의 역할을 한다. 하늘을 날고 물속에 잠기는가 하면 바람과 모래를 일으키고 구름을 모으기도 하는 신통력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렇듯 신출귀몰하고 변화무쌍한 탓에 손오공은 역대 어느 작품의 인물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가 되었고, 이를 소재로 한 창작품과 패러디물이 수없이 나와 있기도 하다. 손오공의 위기대처능력을 현대경영에 응용하는 저서들도 여러 권 나와 있다. 닥쳐오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여의봉을 신축적으로 사용하고 둔갑술을 구사하는 것은,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과도 맥이 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4대 기서(奇書)중 하나인 소설 서유기의 기원은 확실치 않다. 다만 당나라 시절 현장법사가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북인도에서 대승불전을 구하고 돌아온 고행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와 환상적 분위기를 가미해 여러 권의 소설이 만들어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 원전들을 명나라 때의 문학자 오승은이 보완하고 확대 재생산해 지금의 '서유기'라는 걸작이 완성된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이 작품은 통쾌한 유머와 함께 현실세계의 추악함과 타락상을 반영한 해학ㆍ풍자의 작품이기도 해서 재미를 더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소설 속의 손오공은 목적지에 도달한 공적을 인정받아 마침내 부처가 됐다고 하는데, 인류의 제전인 올림픽에 마스코트로 채택되는 손오공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