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유치경쟁의 불똥이 전문대로 튀었다.'


전문대학들이 '바람 앞의 등불' 신세에 처할 위기를 맞고 있다.


4년제 지방대학들이 신입생 유치를 위해 안경광학과 애견학과 물리치료학과 등 전문대학의 고유영역을 파고 들면서 심각한 경영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생 수가 대학 신입생 규모를 밑도는 '정원 역전' 시대를 맞아 4년제 지방대와의 경쟁은 전문대학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백56개 전문대 가운데 54개 전문대가 2004학년도에 정원 5천9백77명을 감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3년제 학과로의 전환에 따른 의무감축분 3천명을 감안하면 내년 입학정원은 올해보다 9천명 정도 줄어드는 셈이다.


재원의 상당 규모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올해(7천여명 감축)에 이어 2년째 정원이 크게 감소해 전문대 재정난이 심화될 전망이다.


전문대들은 신입생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학과 통폐합 및 유사전공으로의 전환을 통한 구조조정과 함께 전공 신설 등의 자구책을 모색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4년제 지방대들이 안경공학과 물리치료학과 방사선학과 치위생학과 등 전문대 인기학과를 잇따라 신설하고 있어 신입생 유치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서울산업대 초당대 대불대 경운대 등 4년제 대학들이 안경광학과를 만들어 전문대와 경쟁에 나섰다.


대구보건대가 지난 84년 안경광학과를 설치한 이후 취업률 1백%를 이어가는 등 인기를 끌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가야대 부산가톨릭대 연세대(원주캠퍼스)는 방사선과를 개설했고 영남대와 가야대는 유아교육학과를 만들었다.


2004년에는 계명대와 가톨릭대에도 유아교육과가 개설된다.


서울의 삼육대는 물리치료학과 응용동물학과 등을 설치했고 국립 공주대는 특수동물학과 게임디자인학과 만화예술학과 등을 만들었다.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서세현 사무총장은 "4년제 대학들이 신입생을 끌어가기 위해 전문대학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며 "향후 이들 분야에서 인력이 넘치면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이 모두 동반 부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연합회를 앞세운 학원들도 평생교육법을 개정해 학교 명칭을 사용하고 학점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전문대학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대들은 현재 산업체 1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전문대 졸업자만 지원할 수 있는 전공심화 과정을 산업체 경력없이도 지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교육부에 건의했다.


서 총장은 "전문대가 살아남기 위해선 심화과정을 적극 육성해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