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산에 오르는 이유..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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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lee@daewoo.com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영국의 맬러리 경은 산을 왜 찾느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
필자의 경우에는 세상살이와 경영의 이치를 산을 통해 배울 수 있어 산을 찾게 된다.
산은 우리가 행한 만큼 더도,덜도 없이 그대로 되돌려 준다.
발걸음이 가볍지 않은 날에 산에 오르면 적어도 한번은 미끄러지게 마련이고 빠른 길을 찾겠다고 등산로가 아닌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간 정상은 고사하고 고생만 하기 십상이다.
기업경영도 산행과 같아서,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정도를 벗어나면 사회의 지탄을 면하기 어렵고,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고 긴장을 풀면 후발주자에게 추월 당하기 일쑤다.
반대로,안전한 등산로를 따라 한발한발 내디디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르듯이,기업경영도 원칙에 따라 정도로 나아 갈 때 언젠가 사회로부터 존경하는 기업,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
또 산은 정상에 오른 후 발 아래 세상을 내려다본다는 거만함보다는 다시 오를 산을 올려다 볼 줄 아는 겸손함을 일러 주고,산행 중 처음 본 사람에게도 인사를 건네는 것에서 고객이나 거래처를 대할 때 상생의 동반자로서의 기본 자세를 가르쳐 준다.
오랫동안 무역업에 몸을 담으면서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거래처들을 만나,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거래가 성사되는 순간도 있었고 확실시됐던 계약을 마지막 순간에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때마다 순간의 일희일비(一喜一悲)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까지'수출 한길'로 걸어올 수 있었던 데는 정도경영에 대한 산의 가르침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산에 오르기가 오히려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젊었을 때는 산에 오르던 것을 '도전'이라 여겼지만 요즘엔 산에서 배우는 즐거움에 매료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