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사업에 이어 시화호 개발, 팔당호 주변 규제강화 등 환경문제로 인한 정부와 지역주민ㆍ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간 대립이 줄줄이 법정다툼으로 치닫고 있다. 참여정부가 환경단체 눈치보랴, 지역주민 정서를 살피랴 우왕좌왕하면서 정책결정을 미루거나 중재력 한계를 드러내는 바람에 법원이 본의 아니게 정책결정까지 맡는 형국이 빚어지고 있는 것. 참여정부가 출범 직후 새만금사업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북한산 관통 여부,경부 고속철도 천성산ㆍ금정산 구간 공사 강행 여부 등 환경분쟁에 휩싸인 대형 사업들에 대해 잇따라 '재검토'내지 '사업은 추진하되 용도, 노선 등은 종합적으로 점검한다'는 식으로 애매한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가열돼 왔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일부 환경단체들이 '친환경 정책으로의 선회'로 해석한 나머지 새만금 물막이 공사장과 북한산 관통도로 공사 현장을 점거하는 등 물리력까지 행사하면서 지역주민 및 해당 지자체들과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국민여론을 수렴해야 할 정치권마저 양쪽(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의식해 이같은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자 결국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 새만금사업은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8일 방조제 유실 보강공사를 허용함에 따라 일단 한 고비를 넘겼지만 앞으로 보강공사 범위 등을 놓고 환경단체와 사업주체인 농림부간에 또 한차례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또 새만금사업에 대한 법원결정에 고무된 환경단체들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ㆍ금정산 구간, 외곽순환도로 북한산 관통 구간, 경인운하 등 대규모 국책사업들이 자신의 뜻대로 관철되지 않을 경우 잇따라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엿보여 자칫 '국책사업 소송 대란'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국가사업뿐 아니라 각종 지역개발을 둘러싼 법정다툼도 빈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팔당호 주변 특별대책지역의 건축행위를 제한하는 팔당 특별대책지역 고시도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환경부의 규제강화에 대해 주민들은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짓밟는 지역주민 탄압정책"이라며 "개정안을 백지화하지 않으면 헌법소원과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 북측 간석지 3백17만평을 매립해 멀티테크노밸리를 조성하기로 한 것도 환경단체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경기도내 12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시화호 연대회의'는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사법부가 이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공단 개발과 주거ㆍ관광단지, 농지 조성계획은 전면 재검토될 전망이다. 폐기물매립지 운영업체인 ㈜케이엠그린이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구미시 폐기물매립지도 법정공방 중이다. 케이엠그린은 구미시가 주민들의 불만 등을 이유로 매립지 건설을 불허하자 행정소송을 제기,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지만 구미시가 대법원 상고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법정공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행정 전문가들은 "참여정부가 환경단체들의 정치적인 파워를 의식한 결과 과거 정권에서 사실상 결론에 도달한 사안들까지 '전면 재검토'하는 등 인기주의로 흘러 문제를 걷잡을 수 없이 만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후진ㆍ오상헌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