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학교가기 싫은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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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끝내고 막 개학을 한 지난해 9월 초,전국 초·중·고등학교에는 소위 '아폴로 눈병'이라고 하는 유행성 결막염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휴교사태가 벌어졌다.
전염성이 강한 눈병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
그런데 이 휴교는 학생들이 고의로 유도한 측면이 없지 않아 충격을 주었다.
"한 반에 ??명이 눈병을 앓으면 휴교한다더라"하는 소문이 퍼지면서 너도 나도 '눈병 걸리기'에 나섰던 것이다.
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엊그제 내놓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는데,지난해 일부러 눈병에 걸렸다고 응답한 학생이 무려 36%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눈병이 유행하면서 각급 학교들이 긴장했으나 다행히 방학이 시작돼 고비를 넘기긴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학교 가기 싫다"며 일부러 눈병을 앓아 선생님과 부모님들의 애를 태웠던 모양이다.
'감염비법'까지 공공연히 나돌아 눈병에 걸린 친구와 함께 놀기,눈병환자를 만진 손으로 자기 눈 비비기,안대 같이 쓰기,친구 눈곱을 자기 눈에 넣기 등 엽기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고 들린다.
이같은 학생들의 행위는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한 기분이다.
치기 어린 장난으로 돌리기에는 상황이 너무도 심각하다.
학생들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큰 원인일 게다.
판에 박은 듯한 교육,학생들 간의 집단 따돌림과 폭행,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강박관념,숨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학원 교육 등으로 학생들은 그야말로 파김치 신세라고 자조한다.
인성교육은 아예 뒷전이다.
'학교붕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학교에서건 집안에서건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말하는 것인데,과연 희망을 주는 교육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청소년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신세대의 반란쯤으로 쉽게 치부해 버리는 일도 삼갈 일이다.
학교교육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철없는 학생들을 제 길로 들어서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