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로 유명했던 자장면 배달원이 9년여 동안 타인 신분으로 살아온 사실이 밝혀졌다. 광주서부경찰서는 20일 남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사용한 혐의로 김대중씨(38)를 불구속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92년 예비군 소집통지를 받지 못해 기소중지됐다가 93년 주민등록이 직권 말소되자 중국음식점에서 함께 일했던 조모씨(34)의 주민등록증에 자신의 사진을 넣어 조씨인 것처럼 행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덜미를 잡히게 된 것은 지난 97년부터 엉뚱한 소득세 고지를 받아오던 조씨가 최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 김씨는 지난 86년 광주 모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무작정 상경, 이때부터 자장면 배달을 했다. 김씨는 9년동안의 배달생활을 통해 2천8백만원을 모았으나 이 돈을 투자한 사업이 망해 모든 것을 잃었다. 건설현장 막노동 등을 거치던 그는 지난 95년께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앞 중국집 배달원으로 복귀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신속배달과 독특한 외모로 명물이 됐고 지난 97년엔 고려대 모 교수 초청으로 '배달철학과 서비스'란 특강을 하면서 스타로 발돋움했다. 김씨는 유명세를 바탕으로 전국의 체인망을 거느린 '번개반점'의 사장이자 '번개 외식경영 컨설팅 연구소장'이라는 거창한 직함까지 얻었다. 경찰은 "김씨가 두세차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려 했지만 사람들이 알아보는 바람에 무산됐다"며 "조씨는 혼인신고도 제대로 하지 못해 7살, 2살짜리 자식들은 모두 부인 호적에 입적했다"고 말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