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대 재건축非理 적발 ‥ 조합장 등 4명 청탁뇌물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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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이권을 둘러싼 각종 비리로 '복마전'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21일 검찰에 적발된 안양시 비산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건에는 조합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은 시중은행 현직 노조위원장 김모씨와 조직폭력배까지 가세한 사실이 드러나 '비리사슬'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안양 주공아파트 재건축 비리 =서울지검 형사4부(양재택 부장검사)는 이날 안양시 비산동 주공2단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관련, 비리를 저지른 10명을 적발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시공업체인 H사 등으로부터 청탁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재건축조합장 홍모씨(50) 등 4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들에게 돈을 건넨 감리회사 대표 도모씨(40) 등 4명을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함께 재건축 비리사실을 폭로하겠다며 협박, 금품을 뜯은 혐의(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K은행 노조위원장 김모씨(46)를 구속했다.
◆ 재건축조합은 복마전? =검찰에 따르면 재건축조합장인 홍씨는 지난해 4월께 감리회사 사장 도모씨로부터 편의제공 명목으로 7천만원을 받고 아파트 내부도로 포장공사 시공업체 사장인 남모씨(48ㆍ불구속기소)로부터 6천만원을 수수하는 등 총 1억6천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홍씨는 또 재건축조합 사무실 운영경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공업체 현장소장인 차모씨를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건축조합 임원인 전모씨(39ㆍ구속기소)도 아파트 및 상가분양 명목으로 3억6천만원을 받아챙기고 하도급 희망업체들로부터 20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재개축조합의 비리를 협박해 돈을 받은 일당도 붙잡혔다.
서울 강남 유명 한식집을 운영하는 이모씨(31ㆍ구속)는 2000년 조합 총무이사 전씨에게 2억원을 주며 전기공사 하도급을 부탁했다 무산되자 이자까지 붙여 2억3천만원을 돌려받은 뒤 비리 폭로를 미끼로 9천5백만원을 더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K은행 노조위원장인 김모씨(46)는 조합장 홍씨 명의로 8천만원을 대출받아 이를 횡령하고 총무이사 전씨를 상대로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 4억여원을 가로챘다.
전 안양시 도시교통국장 강모씨(54ㆍ현 경기도 지역개발국 도시주택과장)는 '전기공사 감리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업체로부터 1천5백만원을 받은 혐의(뇌물)로 구속됐다.
검찰은 강씨 외에도 인ㆍ허가 과정에서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거액의 뇌물을 챙긴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재건축 사업 개선방안 =지난 87년 주택건설촉진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총 1천7백86개의 재건축조합이 설립되는 등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붐을 이뤄왔으며 적지 않은 비리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같은 비리를 막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마련, 재개발ㆍ재건축 및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일원화해 통합관리하고 비리가 적발된 경우 조합 임원에게도 공무원 신분을 적용, 처벌하는 등 보완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재건축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공사 표준계약서를 작성ㆍ보급해 시공사의 횡포를 방지하고 회계감독권도 강화해 공사비를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재건축사업 비리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떠넘겨지고 아파트 분양가를 높여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한 원인"이라며 "재건축을 투기 수단으로 보는 조합원들의 의식 전환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