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노동계가 23,24일 총파업을 계획하는 등 하투(여름투쟁)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산업현장 일각에서는 명분 약한 파업에 염증을 느낀 근로자들의 '파업 자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자동차 중공업 철강 등 강성 노조가 투쟁을 주도하는 생산현장에서 확산되는 추세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노동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노사분규는 현재 1백2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70건에 비해 83%나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의 주5일 근무제 조기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적인 총파업을 선언했으며, 민주노총 산하 현대자동차 등 강성 노조들은 이번주에 총력투쟁대회를 강행키로 하는 등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강성 노조 지도부와는 반대로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선 "이러다간 회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과 함께 '일터를 복원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생산라인 현장은 물론 사내 홈페이지에도 "명분 없는 파업은 그만하자"고 촉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 회사 현장 조직의 하나인 한길투쟁위원회(한길투)는 이날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노사가 대립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동반자로서 공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명분 없는 싸움은 국가와 지역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한진중공업 부산공장의 한 근로자도 "민노총이 주5일 근무제 입법을 막기 위해 하필 총파업이라는 극한 투쟁을 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파업으로 인한 급여 손실을 생각하면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한 화물연대의 투쟁에 대해서도 비판론이 점증하고 있다. 연합철강의 주해식 노조위원장은 "화물연대는 지난 5월 파업 과정에서 부산항 마비 등으로 인한 수출입 차질과 대외신인도 실추 등 엄청난 경제충격을 주었다"면서 "사측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다고 해서 또다시 파업을 벌이겠다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YK스틸(옛 한보 부산제강소)의 유해출 노조위원장도 "화물연대와 같은 물류업체 노동자들은 업종특성상 파업의 파장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울산지부 신진규 의장(에쓰오일 노조위원장)은 "아무리 경영 형편이 좋더라도 잦은 파업으로 공장라인을 멈추는 것은 회사를 고사시키는 행위"라며 "특히 대기업 노조는 장기 분규의 가장 큰 피해자가 납품업체나 하청업체의 근로자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소와 자동차 기계설비를 생산하는 울산 영풍기계 최경식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는 "강성 노동계가 걸핏하면 총파업을 하는 바람에 올 여름에는 제대로 납품한 날이 손꼽을 정도"라면서 "민노총 간부들은 현장 현실을 좀 더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