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0:55
수정2006.04.04 00:59
'상실의 시대'로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문학사상사,김춘미 옮김,전2권)가 번역돼 나왔다.
하루키가 '태엽 감는 새' 이후 7년만에 내놓은 이번 작품은 일본에서 지난해 9월 발간되자마자 2주만에 60만부가 판매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소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삶의 원형을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한 소년(다무라 카프카)의 내면여행을 그리고 있다.
하루키는 "부조리의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을 방황하고 있는 외톨이 영혼.그것이 카프카라는 말의 의미가 아닐까"라며 제목의 뜻을 해석했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 만큼 스토리가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점이 특징이다.
열다섯 살의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소년'과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노인'을 양 축으로 미스터리와 스릴러,판타지를 넘나들며 숨돌릴 틈 없이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빨아들인다.
이와 관련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씨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 보면 문장이 써지는 것이 아니라 연주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소설들이 독자들을 지겨움이나 괴로움에 빠뜨리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루키는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주인공을 15세 소년으로 설정한 것은 그 나이 때는 앞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많기도 하지만 정신상태가 고착되지 않아 인간성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맹목적으로 자유를 모색하고 격렬한 속도로 성숙을 향한 질주와 동요를 거듭하며 변동하는 상황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완성 후 일본의 한 신문사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1년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4∼5시간씩 집필했다"며 "어떤 작품보다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하루키는 와세다 대학 문학부 영화과를 졸업했으며 1987년 내놓은 '상실의 시대'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이 실시한 지난 1천년간 가장 뛰어난 문인을 묻는 조사에서 생존 문인 중 1위를 차지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