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이후 은행주와 신용카드주는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과 함께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들 금융주의 2·4분기 실적이 1·4분기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올 하반기 이후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주와 카드주에 대한 주가 상승이 너무 가파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G투자증권 조병문 연구위원은 "최근 은행주의 강세는 은행업과 카드업의 불확실성 완화와 3·4분기 이후 기저효과(base effect)로 인한 순이익 증가 등이 바탕이 되고 있어 단순히 '버블'로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재와 같은 주가 상승 속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질적인 측면에서 수익성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결국 하반기 금융주 주가를 결정할 핵심요인은 경기저점 확인과 경기회복의 속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하반기에 '내수확대→경기회복→개인 부채상환능력 개선→대손부담 감소→개인신용확대'의 선순환이 가능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동부증권 이병건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는 8∼9월쯤 내수경기지표의 저점 확인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경기회복 속도는 매우 더딜 것으로 예상돼 경기 관련 지표는 빨라야 올해 말이나 2004년 초에나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각에서 은행주와 카드주의 현재 주가는 부담스러운 수준에 올라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동부증권 이 연구원은 "대부분 은행주는 이미 지난 1998년 이후 형성된 주가순자산비율(PBR)밴드 상단에 위치하고 있어 당분간 추가 주가 상승을 기대하긴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신용카드 업종의 경우도 3·4분기부터 연체율이 안정될 것으로 판단되지만 여전히 대환대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은행주 랠리를 이끌었던 일부 종목들은 추가 상승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LG투자증권 조 연구위원은 "국민은행의 경영진 갈등과 전산부문 비효율성은 주주 가치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4분기 '어닝쇼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카드의 손실확대 가능성이 매우 높아 증자 부담이 당초 계획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대우증권 이준재 연구위원은 "은행주가 하반기 주도주로 부상하기 위해선 신용카드 연체액 축소와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하반기 및 2004년 실적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를 충족시키기는 힘들 것"이라며 은행업종은 '중립',신용카드는 '비중축소'의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동부증권 이 연구원은 "업종 전체에 비해 실적개선 속도가 두드러지는 부산은행 등 개별 은행주나 합병 등을 통해 구조적인 변화가 가능한 신한지주 등에 한정해 매매를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권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