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아쉬움 남긴 대통령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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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기자회견이 일반 국민들과 정치권에 준 메시지는 명확했다.
정치자금,특히 지난해 대선자금을 공개하고 검증받자는 제안이었다.
미리 준비한 8분간의 모두연설문이나 기자들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도 대선자금 문제로 한정됐다.
취임 후 7번째인 이날 회견은 시간도 예정된 30분을 정확히 지켰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회견을 지켜보면서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정치자금문제가 정치권의 주요 현안이고 정치개혁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는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과거만 얘기했을 뿐 미래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대선과정이나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제시했던 정치개혁 방향을 감안할 때 "이제부터 이렇게 해나가자"는 제의도 있어야 했다.
물론 그 제안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부당한 정치자금 요구를 먼저 하지 말자"는 내용이어야 했다.
구태여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차제에 청와대가 앞장서도 좋고,여권이나 정치권 전체가 수범을 보이겠다고 다짐해도 좋다.
정치강령 선언이나 정치윤리 선포를 대통령이 앞장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직접적인 정치(선거)자금 요구는 말할 것도 없고,후원회 행사 안내문을 보내는 식의 간접적인 요구 행위도 하지 말자는 제안이 함께 있었더라면 "대선자금을 공개하자"는 제안이 더욱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정치자금은 대부분 기업이나 사업가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왜 개인보다 기업들이 많이 낼까.
기업들은 1백% 정치 발전을 바라면서 낼까.
그보다는 정치권력에 잘 보이거나 최소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는 '보험금' 성격이 강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를 투명하게 하자"고만 할 게 아니라 "앞으로 먼저 요구하지 않겠으며,이런 노력을 정치권 전체가 함께 기울이자"고 하는 것이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건설적인 제안'이 아니었을까.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