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주5일 근무제와 관련,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는 노동계가 힘으로 금속노사 식의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를 밀어붙일 것을 우려한 데서 나온 고육책이라고 밖에는 해석하기 어렵다. 정부안대로 주5일제를 시행하더라도 기업들의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정부안은 기존 임금과 시간당 통상임금을 보장하는 대신 월차 폐지, 생리휴가 무급화 등으로 유급휴일 수를 줄이고 오는 2010년까지 기업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주 40시간 근무제를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업부담 증가분에 대해선 정부측은 3% 정도, 재계는 15∼20%를 주장하는 등 기관과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경영환경이 그만큼 더 악화된다는 이야기다. 중소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크다. 기협중앙회는 "중소기업은 실질 근로시간이 주 53시간에 달해 13시간 이상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거나 신규 인원을 채용해야 한다"며 제도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조 조직화율이 12%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과 노조 없는 중소기업과의 소득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노동계는 정부안이 재계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기업 사정이나 경제현실을 감안, 더이상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금속노사 합의안대로 주5일제를 시행할 경우 남성근로자는 연간 최고 1백60일,여성근로자는 1백70일을 쉬어 일본(1백29∼1백39일) 독일(1백37∼1백40일) 등 선진국을 크게 웃돈다고 한다. 이들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훨씬 넘지만 우리는 1만달러 수준이어서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소득을 올려야 할 처지인 점을 생각해야 한다. 금속노사 협상에 참여한 기업들 중에서도 많은 곳이 회사형편상 도저히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이 살아 남아야 일자리도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국회는 더이상 눈치만 보지 말고 서둘러 이 문제를 매듭지어 불필요한 국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 정부안이 지난해 10월 제출됐음에도 불구, 먼저 노사간 합의를 이뤄오라며 계속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재계도 정부안 수용이란 결단을 내린 만큼 입법을 위한 여건은 충분히 성숙됐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