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대형 카지노(big casino)'와 같습니다. 그만큼 투자위험도 큽니다. 투자환경을 차근차근 정비해 나간다면 한국이 중국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대상국이 될 겁니다." 24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입국한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파리대 교수는 "중국이 낮은 임금과 규제를 최소화한 행정 서비스를 통해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블랙홀로 떠올랐지만 성장률 등 각종 공식 통계는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개인의 의사표현이 증대되고 여성 환경단체 등 각종 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는 변화에 둔감한 정치가들로서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사회의 역동성이며 한국의 고유한 진화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와 문화가 조화를 이뤄야 국가경쟁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지론을 펴왔는데. "경제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는 나라들은 모두 강력한 문화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문화적 이미지는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용어로 쉽게 묘사할 수 있다. 미국은 탁월한 품질과 서비스, 독일은 고품질과 기술, 프랑스는 패션과 삶의 질, 일본은 정밀과 섬세한 아름다움 등이다. 한국도 우수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문화적 부가가치 창출에 힘쓸 때가 됐다." -한국이 국민소득 1만달러의 덫을 벗어나기 위한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무엇보다 기업가정신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수인재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유도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완비와 경쟁적인 국내시장 조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가 정신의 소멸과 경직된 교육제도, 체제 순응적인 기업들로 인해 장기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노조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네덜란드식 노사모델 도입을 둘러싸고 각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한국에서 노사모델 선택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민주사회에서는 각각의 문화에 기초해 적합한 노사모델을 발전시켜야지 네덜란드식이냐, 독일식이냐 등으로 선택하겠다는 것은 '환상'을 쫓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 사회의 고유한 진화단계에 맞춰 한국에 적합한 노사모델을 찾아 발전시켜야 한다." -중국이 고속 성장과 함께 한국으로 향하던 외국인 투자를 잠식하는 등 갈수록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값싼 노동력과 과감한 규제완화 등 중국은 분명 매력적인 투자처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금융 시스템 등 제반 경제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덜 성숙된 시장(wild market)이기도 하다. 그만큼 투자에 따른 위험감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는 너무 과장돼 있고 관련 통계 또한 '거짓(fake)' 투성이라는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 [ 기 소르망 누구인가 ] 기 소르망 파리대 교수(59)는 칼럼니스트, 경제ㆍ사회학자, 문명비평가, 행정가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진 미래학자다. 지난 95년부터 2년간 프랑스 총리실 전망위원회 위원장으로 프랑스의 대외문화정책을 지휘하는 등 현실 문화정책에도 밝다. 현재 파리 정치대학원에서 정치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국내 정치지도자 및 문화예술가와 교분이 깊은 '지한파(知韓派)'로 잘 알려져 있다. '신국부론' '자본주의 종말과 새로운 세기' 등의 많은 저서가 국내에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